이사람 이야기

조소담(28) 닷페이스 대표 - 2018.2.3.중앙 外

하늘나라 -2- 2018. 2. 3. 18:51




“국가 위해 애 낳으라니 … 출산보다 낙태할 권리에 더 관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최초의 20대 위원으로 위촉된 조소담(28) 닷페이스 대표      강정현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최초의 20대 위원으로 위촉된 조소담(28) 닷페이스 대표 강정현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첫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 선 샛노란 머리의 캐주얼 차림을 한 젊은 여성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위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소담(28) 닷페이스 대표다. 그는 2004년 위원회가 처음 구성된 이래 최초의 20대 위원이다.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여성 리더 23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노랑머리 최연소 위원
정책 방향 불신 깊어 처음엔 거절
다른 목소리 필요하다고 해 합류

정부가 여성 몸 통제하다니
산아제한 땐 ‘낙태버스’ 전국 순회
애 낳는 대상으로만 여겨 회의감

일하며 애 키우기 행복한 나라?
친구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말해
정상 가족’ 틀 깨고 다양성 인정을



조 대표는 저출산 극복과 관련한 활동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위원(장관급)이 됐다. 이번 위원회 평균 연령은 50.2세로 직전(58.8세)보다 많이 젊어졌다. 여성 비율이 47%(직전 22%)다. 조 대표는 달라진 위원회의 상징 같은 존재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조 대표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질의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응답 :미디어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뉴스와 다큐멘터리의 중간쯤인 ‘논픽션 스토리’ 영상을 만드는 곳이다. 유튜브ㆍ페이스북 등 SNS 채널에 1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80%가 18~32세이고, 젊은 여성이 많다. 직원 8명이 모두 20대~30대 초반이다.”    
 
질의 :처음 위원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고 들었다.   
응답 :“국가가 출산 장려 정책을 할 때 어떤 태도였는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가임기 여성 지도’였다.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가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지도 위에 담아 만든 ‘대한민국 출산 지도’) 또 ‘고(高) 스펙 여성이 저출산 원인’이라 분석했던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떠올랐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20대를 끼워 구색을 갖추려고하는 걸까’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만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만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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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그래도 합류한 이유는.   
응답 :위원회에서 설득했는데 이번 위원 구성은 여성이 반 이상이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설득에 넘어갔다. 저는 20대 비혼 여성, 일하는 여성이자 출산과 가족 구성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이창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조정관은 “당장 결혼을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청년이 현재를 누리고, 미래의 희망을 갖게 돕는 게 목표다. 여건이 나아지면 자연히 출산 지표도 따라 올 것"이라며 "그런 정책을 만들 때 당사자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조 대표가) 청년세대의 생각을 전해줄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질의 :위원회의 첫 20대 위원이 됐는데.   
응답 :“저도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논의가 기혼자의 시선에서 진행이 된다고 느꼈다. 첫 모임에서 ‘아이와 1시간 더 함께할 수 있는 사회’라는 문구를 보고 저는 이해하려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래서 ‘고양이와 1시간 더 함께할 수 있는 사회’ 제 식으로 바꿔 읽으며 이해를 했다. 같은 20~30대라 해도 퇴근해서 아이와 1시간 더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아이는커녕 결혼조차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위원회가 할 일은 ‘출산을 해야 한다’는 하나의 선택지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중에 출산도, 가족도 있다는 정도로 제시하자는 의견을 냈다.”  
 
질의 :위원회 첫 모임에서 “출산할 권리보다 낙태할 권리에 더 관심 많다”고 말했다는데.   
응답 :“극단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간 국가는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출산 문제를 다뤘다. 과거 산아제한 시절엔 ‘낙태수술 버스’가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지금은 출산장려를 하고 있다.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엄마로만 여겼다. 저출산에 대한 논의가 더는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1일 서울 홍제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1일 서울 홍제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질의 :조 대표가 태어난 1990년은 역대 최악의 성비(116.5명)를 기록했다.   
응답 :“당시에 여아를 선별해서 낙태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자라는 내내 ‘너는 백말띠에 태어난 여자아이라 드세다’는 말은 무수히 들었다. 요즘 들어 ‘90년생이 저출산 시대의 마지막 희망’ 식의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회의감이 든다. 우리는 국가에 동원되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게 아닌데,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해야 하나 싶어 화가 난다.”            
 
질의 :위원회가 표방하는 슬로건이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다. 이건 어떻게 보나. 
응답 :“그리되면 좋겠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일하면서 애도 키워야 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겐 행복의 조건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닐 수도 있다. 결혼을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은 해도 출산은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은 안 하면서 출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국가가 한 가지만 정해놓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질의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둬야 할까.   
응답 :“저출산위원회가 출산 지표를 위한 조직일까. 정말 애를 낳아야 하고 안 그러면 나라가 망하는 것인지, 경제활동인구가 정말 중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저출산·고령사회는 왔다. 정해진 미래이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제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대비해 행복의 조건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이블 왼쪽부터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상희 부위원장, 문 대통령,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이블 왼쪽부터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상희 부위원장, 문 대통령,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질의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응답 :“기존의 ‘정상 가족’ 프레임을 벗어나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겠다. 이미 1인 가구가 40% 넘었다. 가족이 더는 돌봄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돌봄 체계, 복지 구조는 모두 가족 단위로 돼 있다.  
저출산 문제라는 건 사실 ‘애를 안 낳아서 문제’가 아니다. 낳지 않는 건 현상이고 그 이전에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있지 않나. 집이 없는 것도 그렇고….
저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자취방에 혼자 산다. 다른 위원들이 ‘청년들이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대요’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런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없다. 저는 정책을 연구할 수 없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저와 주변에서 겪고 있는 현실을 계속 들리게 하는 것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콘텐츠와 혐오표현 - 닷페이스 조소담 CEO 특강

게시일: 2018. 1. 31.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가 준비한 닷페이스 조소담 CEO의 특강!
'콘텐츠와 혐오표현'에 대하여,
CCL에서 진행된 강의의 핵심요약본을 공개합니다!



제작 - 고려대학교 CJ Creator Library,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
기획 -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
출연 - 조소담
PD - 박태준, 강수민
촬영 - 박태준, 강은, 이동희, 장윤미
편집 - 강수민
시설/장비 제공 - 고려대학교 CJ Creator 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