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유걸(78)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 - 2018.12.28.조선 外

하늘나라 -2- 2019. 1. 21. 16:27





"건축도 기성복처럼 대량생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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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흔에 서울시청사 설계했던 유걸

    건축가 유걸(78·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을 두고 흔히 '남들 은퇴할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사람'이라고들 한다. 50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이 된 서울시청사를 72세에 완성했다. 그는 최근 은퇴한다는 뜻을 주위에 알리고 이달 초 모교(母校) 서울대에서 기념 강연을 열었다. 최근 서울 양재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설계 일선에선 물러나되, 개인 작업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건축가 유걸이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 앉아 있다.
    건축가 유걸이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 앉아 있다. 책상 위에 최근 설계한 공장제 집‘페블&버블’의 모형이 보인다. 그는“건축은 왜 이렇게 비싼지 고민해봐야 한다”며“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은퇴를 생각한 계기는 뭘까. "한 2∼3년 전부터 계속 건축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예요. '왜 건축은 비싸야만 하는가, 좀 더 저렴해질 순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의뢰받은 일을 하다 보면 이처럼 관심 가는 이슈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도무지 없어 실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1%의 건축주를 위한 작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99%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의식주 중에서 건축만 전통적 생산방식을 따르고 있어요. 옷은 다들 기성복을 입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롱패딩도 공장에서 나온 걸 사서 입지, 맞춤복 매장에 가서 주문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집은 아직도 맞춤형 설계를 하고 있어요."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쓰는 사진과 노숙자가 스마트폰을 쓰는 사진을 나란히 손에 들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은 부자와 빈자 가리지 않고 누구나 씁니다. 왜 집은 그럴 수 없느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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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페블&버블' 조감도. (오른쪽 사진)건축가 유걸의 대표작 서울시청사.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조선일보DB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가 얼마 전 모델을 내놓은 '페블&버블'은 이를 시도한 가상의 집이다. 건축에서 일종의 일반해(一般解)를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한 가족만 위해 맞춤으로 설계한 집이 아니라, 1만명에서 10만명씩 이용하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자동차에 여러 옵션을 넣고 빼듯, 부지 환경에 따라 옵션들을 적용하면 되겠죠." 큼지막한 조약돌 모양이 흡사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가옥 같다.

    2012년 완공된 서울시청사를 빼놓고 그를 논할 수 없다. 호불호가 갈리는 외관 때문에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며, 졸작 논란도 거셌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만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주변하고 안 어울린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래 랜드마크가 되려면 주위하고 어울리면 안 돼요."

    그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론 만족스럽다"며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라고 했다. "건물 겉모양은 생각한 대로 나왔는데, 짓는 과정이나 내부는 아녜요." 그는 "공무원들의 요구로 설계를 바꾸느라 원래 구상했던 미래적 내부 구조를 구현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엔 층고를 낮추고 층수를 늘려 공간을 확보했어요. 건물 높이가 제한이 있는데 공간은 많이 필요해 짜낸 안이었죠. 그런데 공무원들이 '천장에 콘크리트가 노출되는 건 싫다'고 해서 일반 건물처럼 바꿨고, 층수가 줄어 공간이 부족해진 거예요. 결국 기존에 비워 두려 했던 곳을 사무공간으로 꽉꽉 채웠고, 채광이나 조망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설계하는 건물은 무엇이 될까. 그는 "지난봄 호주의 한 기업 사옥을 공장에서 만든 부품으로 짓는 비정형 구조 건물로 설계했는데 중도에 취소돼 아쉬웠다"고 했다. "지금은 지방의 한 주택이 진행 중이에요. 아마 이 프로젝트가 확정된다면 이게 은퇴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유걸(71·아이아크 공동대표) 서울시 신청사 설계자-2011.12.30.조선外  http://cafe.daum.net/bondong1920/8dIJ/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