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김용원(67) YK 건축사사무소 대표 “을지면옥”-2019.1.24.중앙外

하늘나라 -2- 2019. 1. 25. 23:11



“뉴욕은 작은 교회 놔두고 그 위에 59층 건물, 서울은 무조건 밀어”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4 구역 앞에 선 김용원 건축가. 장진영 기자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4 구역 앞에 선 김용원 건축가. 장진영 기자


재미 건축가 김용원(67ㆍYK 건축사사무소 대표)씨는 을지로 재개발 현장의 목격자이자, 당사자다.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 센터를 설계한 그는 4년 전 귀국해, 현재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4구역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가족 명의의 빌딩이었다. 그의 증조부는 1993년 건국 포장이 추서된 애국지사 김조현 선생이다.  
 
 

을지로 출신 재미건축가 김용원
“10층 높이 필로티로 교회 보존
뉴욕 명물 시티그룹센터 배워야”



그는 “증조부의 뒤를 이어 그의 조부도 독립운동을 펼치다 하얼빈으로 피신했고 귀국해 을지로에 자리 잡고 간장 공장을 운영하셨다”며 “이 일대에 독립운동가의 집터가 꽤 많은데 나 역시 미국으로 가기 전 유년 시절을 가족의 보금자리인 을지로에서 보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작고한 아버지를 대신해 빌딩을 관리하면서 그는 을지로 일대 재개발에 휘말렸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재생이라고 말해왔지만, 가족이 겪은 것은 분명 재개발이었고, 시행사 주도의 대규모 재개발에서는 을지로가 절대 보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철거 가림막이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장진영 기자

18일 오후 철거 가림막이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장진영 기자

질의 :뭐가 문젠가.  
응답 :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재개발 사업 자체가 문제다. 지주(地主)들이 75% 동의하면 이들의 땅을 넘겨받은 시행사가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사업 주체가 되면서 다른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 보존은 사치다. 시행사는 ‘최대 이익’만 바라보며 달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아 추진하기 때문에 시간은 곧 돈이다.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25%의 지주와 세입자 모두 강제 수용으로 쫓겨난다. 수용 과정에서의 편법과 불법, 놀랍게도 여전하다. 2019년 서울 을지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질의 :어떻게 개발해야 했을까.  
응답 :
“도시의 생애 주기상 다시 짓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한다고 방향키를 잡았을 때, 제대로 된 조사부터 해야 했다. 을지로의 생태계와 매력을 살리면서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연구하고 방법을 찾게 해야 했다. 밀고 네모반듯한 건물 짓는 게 제일 싸고 빠른 방법이다. 한국 재개발의 현주소다.”
 
미국 뉴욕 시티그룹 센터 지상부의 모습. 기존에 있던 교회를 부수지 않고, 10층 높이의 필로티를 띄워 초고층 건물을 지었다[위키피디아]

미국 뉴욕 시티그룹 센터 지상부의 모습. 기존에 있던 교회를 부수지 않고, 10층 높이의 필로티를 띄워 초고층 건물을 지었다[위키피디아]

질의 :개발하면서 보존하기, 어렵지 않나.  
응답 :
1977년 완공한 미국 뉴욕의 씨티 그룹 센터가 훌륭한 사례다. 59층짜리 고층 건물인데 10층 높이의 필로티를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 기존에 있던 작은 교회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교회는 새롭게 개발되는 현장에 여전히 남게 됐고, 그 위로 엄청난 높이의 네 기둥을 박고서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빌딩 아래 뉴욕의 오밀조밀한 거리는 지켜졌다. 건물 아래에 교회와 카페와 공원이 있고, 햇살도 들어온다. 뉴욕의 명소가 됐다. 한국의 전통과 유산을 미래 자손에 남겨줘야 하는 책임이 한국인에게 있지 않나. 정치가든 공무원이든 사업가든 아무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질의 :중국 장쑤(江蘇) 성 옌청(鹽城)시에서 도시 설계 자문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응답 :
옌청시는 한국의 자동차부품 기업을 유치해 발전하고 있는 도시다. 그곳에서 대규모 산업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문을 맡고 있다. 중국 공무원들이 내게 아이디어를 달라길래 ‘당신들의 과거를 파헤쳐 발굴해보겠다’고 했다. 과거와 오늘과 내일을 잘 연결해야 도시의 자산이 된다. 옌청시 공무원들이 한국에 답사 왔을 때 인사동 골목길부터 봤다. 허허벌판에 짓는 산업단지조차도 과거와의 연결을 고민하는데, 건축적으로만 봐도 이렇게 자산이 많은 을지로를 무작정 밀고 네모반듯한 건물을 올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질의 :박 시장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는데.
응답 :
재검토가 아니라, 일단 중지부터 해야 한다. 지금도 철거는 진행 중이다. 구청에 철거 신고만 하면 현장에 사람이 살든 살지 않든 확인 절차도 없이 철거된다. 을지 면옥 옆 구역까지 철거용 비계가 설치됐다. 을지로는 조선 시대 나라가 허용한 시장인 ‘육의전’의 배후 공장이기도 했다. 일대를 파기 시작하면 옛터와 유물이 쏟아질 텐데 서울시는 대책을 가졌는지, 지금 상황을 보면 대충 치울 것 같다. 옛 유산을 보호해야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대인데도 그런 문화적 감수성이 없어 안타깝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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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살린다”…서울시 재개발 재검토에 찬반 논란 / KBS뉴스(News)

게시일: 2019. 1. 23.

최근 서울 을지로 부근의 오래된 음식점들이 재개발로 철거된다는 소식에 비판 여론이 일었는데요,
서울시가 결국 이 음식점들을 보존하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중구에 있는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입니다.
문 연 지 35년 된 오래된 식당, 이른바 '노포'입니다.
재개발로 철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진 뒤 보존하자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이어 서울시가 오늘 대책을 내놨습니다.
담당 구청과 협의해 강제철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미옥, 조선옥 등 인근의 다른 노포들도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식당을 비롯해 13곳을 보존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으로 지정해놓고도, 철거 대상에서는 제외하지 못했다며 절차 미흡을 시인했습니다.
[강맹훈/서울시 도시재생실장 :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빠른 변화에 맞추기 위해서 이런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다시 저희 계획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인근 수표구역의 청계천 공구상가도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할 방침입니다.
논란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습니다.
재개발 찬성과 반대 측은 각각 집회를 열고 추가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일대 상인과 예술가들은 수표구역 외 구역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어 미흡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보존이 결정된 구역의 토지주와 세입자 일부는 재개발을 예정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지난 2006년부터 개발이 시작됐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