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김미란(52)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 2017.4.26.조선

하늘나라 -2- 2017. 4. 27. 23:14



저출산과 싸우는'로봇 수술'전문가



[한국인 최초 '자궁근종 로봇 절제술 500회' 김미란 교수]

세계에서 4명만 달성한 대기록… 결혼·출산 늦어지며 발병 많아
"일찍 결혼해 아이 낳는 게 최고"


"8년 동안 수술을 하다 보니까 벌써 그렇게 됐네요. 이 정도면 저출산 극복에 기여한 거 아닌가요?"

김미란(52) 산부인과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자궁근종 절제 수술 500회 달성 기록을 세웠다고 서울성모병원이 25일 밝혔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김 교수를 포함해 4명만 일군 대기록이다.

자궁근종은 자궁을 이루는 근육(평활근)에 생기는 종양이다. 보통 월경 과다, 월경통, 골반 통증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종양 위치에 따라 태아가 착상할 자리를 압박하는 등 임신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30대 중·후반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예전엔 이 연령대면 다시 임신할 생각이 없어서 자궁을 적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미혼이거나 출산 전 여성에게 자궁근종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자궁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종양을 떼어내 임신 가능성을 지켜주는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자궁근종 로봇 절제술이 딱 들어맞는다.

서울성모병원 김미란 산부인과 교수가 로봇 수술 장비 ‘다빈치’ 옆에 서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 중 처음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로봇 자궁근종 적출 수술 500회 대기록을 달성했다.
서울성모병원 김미란 산부인과 교수가 로봇 수술 장비 ‘다빈치’ 옆에 서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 중 처음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로봇 자궁근종 적출 수술 500회 대기록을 달성했다. /서울성모병원


김 교수는 2009년 4월 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처음으로 자궁근종 절제 수술을 했다. 지금은 로봇 팔을 조종해 정교하게 종양을 떼어내고 세밀하게 봉합하는 수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수술에 활용하는 로봇을 만드는 미국 기업도 "김 교수는 외국 의료계에서도 로봇 수술 실력이 뛰어난 걸로 유명한 전문가"라고 인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심각한 자궁근종 환자도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임신 가능성이 75%에 달한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늦은 나이까지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들이 자궁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로봇 수술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같다"며 "저출산 시대를 맞아 더 각광받는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찍 결혼해서, 젊을 때 아이 낳는 게 최고"라고 덧붙였다.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800만~1000만원에 달한다. 일반 복강경 수술보다 4~5배 정도 비싸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고 자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종양을 도려내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은 의사가 직접 내시경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인데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로봇 수술은 회복도 빠르다. 수술하고 이틀 뒤면 출근할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아랍에미리트에 가봤는데 자궁근종 환자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알고 보니 여자 나이 25세면 이미 5세 아이가 있을 정도로 결혼과 출산을 일찍 하는 풍토 때문"이라고 했다. "기왕 결혼은 늦어졌더라도 미혼이라고 산부인과 방문 자체를 꺼리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어요. 미래의 자녀를 생각한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진단받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게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