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앱 ‘페이크뉴스’로 제작한 거짓 기사. 사진 출처 페이크뉴스 앱
가짜 뉴스 제작 사이트 ‘데일리파닥’에 정치,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가짜 뉴스가 관련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다. 그간 제작된 기사 중‘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한국을 망치는 일’ ‘민주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죽었다’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사진 출처 데일리파닥
가짜 뉴스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조직적인 선동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신문’이란 매체는 홈페이지에 ‘한국 뉴스를 널리 전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사회를 움직이는 게 목표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의 기사들은 오히려 혐한 기류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기형아 시체로 통조림을 만든 기업이 적발됐다’는 거짓 기사는 최근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트위터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사기꾼들도 가짜 뉴스로 피해자를 낚는다. 탄핵 요구가 거셌던 지난달 말 갑자기 ‘박근혜 사임. CNN 속보’라는 제목을 앞세운 e메일이 퍼졌다. 사람들이 CNN 기사로 소개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PC에 랜섬웨어가 깔리게 돼 있었다. 랜섬웨어는 PC 파일을 암호화해 암호를 풀려면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다.
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
미국 가짜 뉴스 사이트 ‘70뉴스’에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수와 총득표 수 모두에서 승리했다’는 기사가 떠 있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은 이 기사가 보도된 시점에 선거인단 수에서 뒤졌지만 총득표 수는 앞서고 있었다. 사진 출처 70뉴스
동유럽에선 가짜 뉴스가 구직 청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조지아에 사는 컴퓨터공학 전공자 베카 라차비제 씨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짜 뉴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했다.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친(親)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웹사이트를 운영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내 대박을 터뜨렸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인 입국을 막겠다고 멕시코 정부가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는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뉴스가 올라간 그달에만 광고 수익으로 6000달러를 벌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가짜 뉴스 사업은 인기다. 지난해에만 140여 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시장은 포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가짜 선호 세태, ‘팩트 폭행’ 낳아
거짓이어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즐기려는 세태는 ‘팩트 폭행’ 현상까지 초래했다. 팩트 폭행은 사실을 밝혀 상대방의 정곡을 찌른다는 뜻이다. 사실을 접하는 게 폭력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고 싶은 기사만 보려는 욕망 때문에 팩트 폭행이란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각국 정부와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몇 달 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 딸이란 허위 기사가 퍼졌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나서 “가짜 뉴스 유포자를 철저히 수사하겠다. 가짜 뉴스 유포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범죄”라고 엄포를 놨다.
가짜 뉴스 유통망이 됐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거짓 뉴스를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거짓 뉴스를 걸러내기로 했다. 국내 다른 포털에서도 강력한 오보 규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포털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오보를 견제하지만 강하게 규제하려면 거짓인지 아닌지 모호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권기범·한기재기자
가짜 뉴스 유통망이 됐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거짓 뉴스를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거짓 뉴스를 걸러내기로 했다. 국내 다른 포털에서도 강력한 오보 규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포털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오보를 견제하지만 강하게 규제하려면 거짓인지 아닌지 모호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권기범·한기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