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2003년부터 시작된 북한인권규탄결의안을 올해도 지난 3월 채택했다. 인권 범죄가 북 고위층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책임 있는 자 처벌' 문구는 작년 유엔총회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들어 있다. 김정은을 지칭한다.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애민(愛民) 지도자'라는 것이다. 같은 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포럼에서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도 북한 경제 성장률이 ―3.5%라고 한다. 1997년(―6.5%) 이후 최저다. 한국의 2·3세 경영자가 이렇게 회사를 운영했다면 당장 망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7/20/2018072002864_0.jpg)
▶문재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날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남북 국민과 세계에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는 '솔직담백' '침착' '연장자를 존중' '예의 바른 모습'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협상 전략'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 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고도 했다.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욕이 크다"고,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핵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도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과 의지"라고 한다. 김정은을 고무해서 핵 포기와 개방의 길로 이끌겠다는 계산이겠지만 너무 나가는 듯하다.
▶김씨 세습 왕조가 북한 주민을 인간 이하의 노예로 짓밟고 있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이 회의에서 졸았다는 등으로 처형한 군과 내각의 간부가 수십 명이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도 않았 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지도 않았고, 국제사회 기준에 맞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미·북) 정상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며 "쓸데없는 훈시질을 해댄다"고 했다. 김정은을 그렇게 띄워 줬지만 돌아오는 건 이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