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손진욱(33) 코오롱모터스 과장 'BMW' - 2016.6.28.동아

하늘나라 -2- 2016. 7. 3. 18:44




“영업은 신뢰… 옥탑방 촌놈이 판매왕 됐네요”


은행원 그만두고 BMW코리아 최고 딜러 오른 손진욱씨

"치질수술 받자마자 전시장 출근
조수석에 피 묻히며 車 설명하자
고객이 지인20여명 소개해줘"

손진욱 코오롱모터스 과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코오롱모터스 강남전시장에서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식은땀이 넥타이를 흠뻑 적셨다. 치질 수술을 받자마자 고객에게 차를 출고하기 위해 전시장으로 출근했다. 밝게 웃으며 출고될 차에 대해 설명했지만 밀려오는 고통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추후에 설명해줘도 되니 몸부터 챙기라”는 고객을 뒤로하고 일어선 조수석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지만 고객은 오히려 그 뒤로 20여 명의 지인을 소개해줬다. 2014년 차량 223대를 팔아 지난해 BMW코리아 ‘판매왕에 오른 손진욱 코오롱모터스 과장(33)이 보인 정성에 보답한 것이다. 영업은 고객의 돈이 아닌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어 온 손 과장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 달에 20여 대꼴로 차를 팔 수 있게 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손 과장은 취업을 위해 2008년 대구에서 짐 가방 한 개만 들고 상경했다. 고시원 방 한 칸 빌릴 돈도 없어 친구 집을 전전하며 공부를 해서 2009년 산업은행 취업에 성공했다. 첫 발령지는 서울 여의도지점. 누구나 부러워할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좁은 공간에 갇혀 일하는 업무 환경은 참기 힘들었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중요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코오롱모터스로 직장을 옮겼다. 연차, 스펙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성과만으로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딜러’라는 직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무작정 선배를 따라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선배의 화법, 어휘 선택을 배우기 위해 고객에게 하는 말을 녹음해 두고 화장실에 들어가 외우기를 반복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고 무턱대고 건물에 들어가 명함도 돌렸다. 성과는 없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전단지를 돌리면 강남에서 손님이 찾아온다’는 업계의 오랜 불문율을 믿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기회는 온다는 말이었다.

손 과장은 ‘당번’ 업무에 집중했다. 딜러 업계에서 당번 업무는 전시장을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일이다. ‘고객 한 명은 단순한 한 명이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한번 찾아온 사람은 놓치지 않았다. 단순히 차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차를 판매한 후에도 꾸준히 고객과 연락하며 차량 상태를 살폈다.

진심을 다해 만든 인연은 보답을 했다. 소개를 거듭해 만들어진 고객 네트워크는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손 과장은 지난해 판매왕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마스터 세일즈 컨설턴트’라는 직위를 부여받았다. 수천 명에 이르는 BMW코리아 소속 딜러 중 25명에게만 주어진 직위로 차량 지식 등에 관한 시험을 치러 선정되는 자리다. 올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전셋집도 마련했다. 옥탑방과 원룸을 옮겨 다닌 지 7년 만이었다. 
그는 “영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신뢰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며 “차를 팔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딜러들과 달리 판매 이후에도 꾸준히 고객과 네트워크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 것이 판매왕이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