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이만열(5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2018.10.12.중앙外

하늘나라 -2- 2018. 10. 15. 14:35




한국인들에게 ‘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제부턴인가 한국사회에서
‘혁명’이란 용어가 일상화 돼
정치·경제·사회 급변 속에서
진짜 ‘혁명적’ 사태 다가올 듯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장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장

 
최근에 ‘혁명’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사용된 어느 은행의 TV 광고를 봤다. 한때는 극좌파들을 설명할 때 쓰였던 용어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널리, 별다른 거부감이나 비판적 고려 없이 사용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특히 생활 패턴과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기에서 혁명이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광고에 나온 혁명은 그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방식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요즘 기업 및 정부가 내는 간행물이나 여러 세미나에서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거기에서 사용되는 혁명이라는 단어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경제의 중대한 변화를 뜻한다. 그런 변화를 준비해 온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겪어왔던, 일상적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던 대규모 시위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촛불 혁명’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표현은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처럼 모든 것을 변화시킬 급진적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희망을 내포한다. 그렇지만 소수에 의한 부의 과점처럼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와 전체 정치권의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기후변화’ 용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현재의 정치 현실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과일 음료 전문점 ‘주스 혁명’에서도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혁명은 단순히 ‘특별히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정말 새로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들이 내세우고 싶은 것은 혁명 수준의 참신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혁명은 마케팅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혁명이란 용어가 쉽게 사용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를 지금의 민주적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심은 경제 및 사회 질서의 불안정이 잉태한 결과다.
 
임마누엘 칼럼 10/12

임마누엘 칼럼 10/12


한국의 정치는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던 영광스러운 과거를 갈망하는 보수주의자들과, 보다 공정한 사회로 빠르게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주로 특정 서방 국가들을 모델로 삼고 있는 진보주의자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이런 보수·진보의 양자 갈등은 비정상이다.
 
19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혁명 추구 세력의 3자 간 싸움이었다. 혁명가들은 경제 및 사회의 완전한 재구성을 모든 현실적 변화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삼았으며, 빈사 상태에 있는 정치 체제 내에서는 불가능한 진보적 변화를 고려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주류 정치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개혁을 묘사하려 했지만 이러한 원론적 의미의 혁명적 정치는 사라졌다. 주류 정치를 배격하고 체제의 전복을 원했던 한국 대학 캠퍼스의 학생 운동가들 사이에서만 혁명 정치가 강력하게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향후 ‘혁명’이란 단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남북한 모두에 혁명 정치로의 복귀 가능성이 꽤 있다. 많은 이들이 현재의 체제에 대해 너무 경직되고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고 있기에 그렇다. 게다가 한국인들의 자아 인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던 미국 정치에 전례 없는 인종차별와 고립주의가 나타났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자국 정치의 모범을 어디에서 찾을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한편으로 우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이어진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국제적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는 대규모 글로벌 경제 붕괴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상태다. 이번 위기는 재정적 어려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의존해 온 기존 경제 구조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과의 약속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도달하게 되었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의 발전 가능성은 엄청나겠지만 1940년대 이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보수·진보·혁명 사이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맥락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한국, 그 모든 의미를 포함해서 향후 이곳의 변화는 ‘혁명적’일 것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장





현실이 되면 좋겠다

mehansa.com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되어야 한다고 기고한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대표적인 좌파 학자로서 박근혜 대통령 정부를 크게 반대해 왔던 한국 이름 이만열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인 학자 임마뉴엘 페트스라이쉬 교수가 박.....




대통령의 휴가 도서, 베스트셀러 진입

게시일: 2015. 8. 13.

대통령의 휴가 도서, 베스트셀러 진입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중 읽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집계한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은 12위에 올랐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휴가 기간에 읽었는데 특히 마음으로 공감이 간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은 책입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는 이번 주에도 정상을 지켰습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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