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이수연(50) 당크디자인하우스 대표 - 2018.11.1.조선 外

하늘나라 -2- 2018. 11. 2. 16:41




큰아들 스물다섯 되던 해 낳은 '왕늦둥이' 둘째… "저도 남편도 180도 바뀌었죠, 엄청 젊어졌어요"




[아이가 행복입니다] 이수연 당크디자인하우스 대표


이수연(50) 당크디자인하우스 대표는 큰아들이 스물다섯 살 되던 해 둘째 아들을 낳았다. 2015년의 일이다. 늦둥이 둘째 성준(3)군은 올해 세 살이 됐다. 둘째가 태어난 뒤, 이 대표는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를 두 번씩 하게 됐다. 출근 전에 먼저 온 가족이 모여 둘째 돌볼 순번을 정하고, 출근 후에 직원들과 업무 회의를 한다.

당크디자인하우스는 패션잡화 전문 브랜드다. 장남 키우며 워킹맘으로 살다가, 2006년 창업했다.

둘째를 낳은 뒤 이 대표의 인생은 180도 변했다. 아기 낳기로 결정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 둘째 낳기 전에 한 차례 아픔도 있었다. 큰아들이 스무살 때(2010년) 생각지 못한 임신을 했다가 유산한 것이다. 사업이 궤도에 올라 한창 바쁜 시절이었다.

이 대표는 "그 시간을 거치면서 오히려 우리 부부 마음속에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처음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다니는 장남이 창피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막상 장남에게 얘기하자, 장남이 가장 큰 지원군이 됐다. 직장에 동생 소식을 알려서 동료들로부터 아기 선물도 잔뜩 받아왔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반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늦둥이 부모 이수연(50)·김태식(58)씨 부부가 단풍 아래 둘째아들 성준(3)군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반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늦둥이 부모 이수연(50)·김태식(58)씨 부부가 단풍 아래 둘째아들 성준(3)군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둘째가 태어난 뒤, 아빠 김태식(58)씨그때까지 입던 옷을 전부 내다 버렸다. 장남 낳고 25년간 편한 셔츠, 펑퍼짐한 바지 입으면서 '아저씨'로 살았는데, 둘째를 낳으니 '늙은 아빠 소리를 듣지 않게 해줘야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허리랑 허벅지가 붙는 '슬림핏' 옷을 새로 장만하고, 매일 새벽 수영도 다니기 시작했다. 건강도 지키고, 나중에 둘째가 크면 함께 수영장 다니며 놀아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젊은 아빠들 못지않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수영·사이클·달리기를 연달아 하는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준비 중"이라면서 "나의 건강이 곧 아이의 선물"이라고 했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 대표 같은 '사장님'에게도 꼭 쉽지 않다. 아이 낳기 전날에도 병실에서 가운을 입고 신입 디자이너 면접을 봤다. 6개월간 모유 수유를 하며, 근무 시간에 회사에서 유축을 했다. 주말에 골프장에 가서도 홀을 돌다 말고 유축기를 찾았다. 이씨는 "둘째를 낳은 뒤, 여직원들이 아이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주변 친구 중엔 이미 자식을 결혼시켜 손주를 본 사람도 있다. 이 대표 부부도 막둥이를 낳기 전엔 '아이 다 키운 부부'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마음껏 누렸다.

주말엔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고, 명절엔 2~3주씩 해외여행을 다녔다. 전 세계 수십 개 나라를 여행하며 만든 앨범이 책장에 빼곡했다. 부부는 앞으로 최소 10년간 이런 생활을 깨끗이 포기했다. 하지만 절대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성준이 낳은 것"이라면서 "지금 나이만 쉰 전이라면 셋째도 낳고 싶다"고 했다. 아빠 김씨는 "인생을 58년 살다 보니, 돈이나 다른 어떤 재미보다 아이를 낳아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시간을 돌려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20대에 장남 키우던 나날과 50대에 늦 둥이 키우는 나날을 비교하면 지금이 더 마음에 여유가 있다. 아빠는 "젊었을 때는 아이 키우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고 했다. 잠을 안 자면 '왜 안 자고 보챌까'하며 짜증이 났고, 하지 말라는 것도 많았다. 엄마는 "그때는 어른 위주로 아이를 봤던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그게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걸 아니까, 칭얼대도 예쁘고, 행복하기만 해요."




dank violin Final 1  

게시일: 2018.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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