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최영미(57) 시인 '미투(#MeToo)' - 2018.11.3.동아 外

하늘나라 -2- 2018. 11. 4. 23:00



“여성시인 기생 취급… 문단 미투 갈길 멀어”




‘고은 성추행 의혹 폭로’ 최영미 시인 

문단 권력에 얽매여 폭로 쉽지 않아…
‘인격살인’ 성범죄 공소시효 없애야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SBS 제공

고은 시인(85)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최영미 시인(57)은 2일 “한국 문단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더 많은 피해자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외쳐야 세상이 변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새로운 상식, 개인이 바꾸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성범죄는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만큼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은 문단에 만연한 성범죄 문제를 폭로했다. 그는 “서른이 되도록 사회 변방을 떠돌다 시인이 됐다. 등단한 뒤 문단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자주 불쾌한 일을 겪었다. 처음엔 발끈했던 저도 시간이 지나 가벼운 성희롱에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최 시인은 또 “등단 무렵에는 술자리에서 여성 시인들이 기생처럼 남자들 사이에 앉아야 했다. ‘여자들이 안 따르면 술맛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저는 작가회의를 탈퇴했다. 성추행을 말리기는커녕 천재 예술가의 기행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누구를 고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시인은 자신이 쓴 ‘괴물’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시”라고 설명했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한 ‘괴물’은 고 시인을 풍자한 시로 알려져 있다. 최 시인은 “여성 시인을 기생 취급하는 전근대 문화가 여전하다. 문단의 미투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한국 문인들은 편집위원이자 교수이자 평론가인 문학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최 시인은 “좌파를 때려잡으려는 음모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괴물이 우파이거나, 정치적 색깔이 없는 사람이었더라도 그(고 시인)를 풍자하는 시를 썼을 것이다. 미투 운동을 진영 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미투는 남녀 간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으로,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을 위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폭로한 여배우 로즈 맥고언도 이날 포럼에 참석했다. 맥고언은 “미투는 목적지가 아니고 출발점이며, 미투를 넘어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은 실제 바뀌고 있고, 역사가 만들어지는 걸 목격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나도… 나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 2018.2.5.동아外  http://cafe.daum.net/bondong1920/N5R9/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