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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 웬 양귀비? - 2017.6.3. 조선

하늘나라 -2- 2017. 6. 4. 18:51



한강공원에 웬 양귀비?



개양귀비는 한국 토종과 달리 마약 성분 없어 관상용 가능

"구분 힘들어… 단속 애먹어 시민들 오해… 신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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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에 피어 있는 양귀비 꽃. 이 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없는 개양귀비다. / 김수경 기자


서울 반포동에 사는 유정인(54)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한강공원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공원 도처에 성인 남성 주먹 크기의 새빨간 양귀비 꽃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두 송이씩 피어 있는 곳도 있었지만 한강 잠원지구 근처에는 아예 양귀비 꽃밭이 조성돼 있는 곳도 있었다. 꽃밭에는 '양귀비 꽃'이라는 팻말이 서 있었다. 한강 관리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은 유씨는 "마약 성분이 없는 개양비귀이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상용 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유씨는 "마약 만드는 데 쓰이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관상용 양귀비라는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꽃이 정말 탐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을 비롯해 남산 일대, 잠실 올림픽공원과 상암동 하늘공원 등에 양귀비 꽃이 심어져 있다. 모두 관상용인 개양귀비다. 마약 원료로 쓰이는 한국 토종 양귀비는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다. 토종 양귀비 열매에 흠집을 냈을 때 나오는 하얀 진액에 모르핀 성분이 들어 있다. 양귀비 종류는 전 세계에 100종쯤 되는데 이 중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건 우리나라 종자와 러시아 종자 두 개뿐이다. 개양귀비의 경우 20년 전쯤 우리나라에 수입된 외래종으로 마약 성분이 없다. 덕성여대 약학과 권순경 명예교수는 "개양귀비 꽃씨에도 극소량의 모르핀이 들어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독일에선 개양귀비 꽃씨를 빵에 뿌려 먹기도 할 정도로 안전하지만 외관상 토종 양귀비와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성분이 있는 토종 양귀비와 그렇지 않은 개양귀비를 생김새로 구분하기가 까다롭다는 것 때문에 경찰도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4일 김해 중부경찰서가 토종 양귀비 3000주를 재배한 60~80대 11명을 붙잡았다. 이들 중 마당에서 약 1100주를 기른 한 6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독성이 있는 양귀비인 줄 모르고 예뻐서 길렀다"고 진술했다. 지난 30일 대전 대덕경찰서는 텃밭에서 마약 성분이 있는 토종 양귀비 1789주를 재배한 60대 남성 2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양귀비를 재배한 곳은 집 바로 옆,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지만 관상용과 구별이 어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 마약수사팀 관계자는 "독이 있는 토종 양귀비는 꽃이 성인 어른 주먹보다 크고 꽃잎에 검은 무늬가 있는 점 등이 특징인데 일반인이 보기엔 개양귀비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경찰서 강력팀장은 "마약팀에 10년 이상 근무한 형사들도 일단 의심이 가면 모조리 뽑아와서 성분 조사를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데도 개양귀비를 심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코스모스처럼 줄기가 어른 무릎 높이만큼 자라면서도 꽃이 크고 풍성해 양귀비를 골랐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10년 전 처음 심었을 때에는 마약의 원료라며 신고가 많이 들어왔지만 요즘은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도 "양귀비가 피는 시기인 늦봄과 초여름에 가끔 오해를 하는 시민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