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조갑제(71) 조갑제닷컴 대표 - 2016.12.14.조선 外

하늘나라 -2- 2016. 12. 18. 21:57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 이승만·박정희 아닌 집사람



[Table with] '낭만 논객' 조갑제(趙甲濟)

난 事實을 존중하는 사람… 사실관계만 규명해도 문제의 70~80% 해결
최악 피하려 차악 뽑았는데… 대통령 제대로 비판 못 한 게 보수의 잘못


광화문 촛불이 “하야!”를 외칠 때 그는 “위헌”이라고 했다. 10대 중고생까지 “탄핵하라!” 외칠 때 그는 “탄핵 사유가 아니다” 맞섰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조갑제(71·사진)는 왜 그리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려 애쓰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게 아니다. 헌정 질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70년 나이의 어린 민주주의 국가다. 박 대통령은 분명 잘못했지만 감기를 수술로 나아야 할 필요는 없다. 약만 먹으면 된다. 열 대 맞아야 할 매를 백 대 맞는 건 정의가 아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있기 하루 전인 8일, 조갑제닷컴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오피시아빌딩에서 조갑제 대표를 만났다. “탄핵 투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자 “5~10표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지 않겠나?” 했다. “가결된다는 뜻이냐?” 재차 묻자 빙그레 웃었다. “이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자신이 없다. 트럼프 다음엔 더더욱(웃음). 특히 사회 변혁의 시기에는 언론의 시각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꿈틀거리는 민심을 읽어야 한다.”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표로 가결시켰다.

은발에 푹 눌러쓴 모자, 구부정한 어깨에 멘 배낭이 트레이드마크인 조갑제는 '논객'보단 '로맨티스트'에 가까웠다. 여행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마이웨이'를 즐겨 부르며, 조지 오웰과 영화 '닥터 지바고'를 사랑한다. 술·담배는 못한다. "대대로 기독교 집안에, 알코올 분해 기능을 타고나지 못해서"다. 그는 "나이 들수록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트루먼, 덩샤오핑, 리콴유 등에게 비견될 20세기 위대한 인물"이라면서도, 정작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엔 "집사람"이라고 답했다. "내 삶에 안정과 평화를 선물해준 사람." 신문사 조사부 기자 출신인데, "내 자료는 하나도 정리해주질 않는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국가 반역 수준의 잘못 아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4%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왜 대통령 잘못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가.

"대통령 단임제는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서 결정체 같은 거다. 87년 개헌 때 국민은 그걸 5년으로 못 박았다. 국가 변란 상태가 아니라면 임기는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최순실 사건은 굉장히 지저분하고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흥미 유발성은 있으나 국가의 기본, 정체성을 흔드는 비상사태는 아니다."

―촛불은 왜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까?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분노한 거다. 비선에 대한 거짓말로 대통령의 청렴성과 정직성이 한꺼번에 날아가니 폭발했다. 언론의 선동과 과장, 왜곡 보도도 문제였다. 걷잡을 수 없이 판이 커지니 대통령이 저항을 포기했다. 잘못한 건 사죄하고 왜곡된 사실은 하나하나 반박해서 바로잡아야 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대개 사실로 확인됐다.

"무자비한 발가벗기기가 문제다. 재난본부로 가기 전 머리 다듬는 데 20분을 썼다고 난리인데, 그럼 초상 날이라고 머리를 풀고 나가야 하나? 이건 여성 비하다. 누구는 대통령에겐 사생활이 없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화장하거나 화장실 가는 것까지 우리가 알아야 하나? 알 권리, 알 권리 하는데 알고 싶지 않을 권리도 있는 거다. 특검이 형법의 영역이 아닌 세월호 7시간도 조사한다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특검이 아니라 흥신소다."

―이번 사태를 두고 권위주의적 보수의 실패라고 한다.

"보수의 잘못은 박근혜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것이다. 2015년 중국군 전승절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놀랍게도 보수에선 비판하지 않았다. 박근혜의 친중반일정책을 알고도 눈감은 게 보수다. 비선 문제가 나왔을 때 보수에서 더 세게 비판했어야 한다. 대통령의 맹목적인 팬클럽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보수는 잘못이 없는데 주군을 잘못 뽑았다고 하더라.

"2012년 12월 우리는 최악을 뽑지 않으려고 차악을 뽑았다. 선거의 여왕이긴 하나 정치는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자가 피해야 할 두 가지가 '원한을 심는 것'과 '경멸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검찰권을 남용했다. 발본색원하라며 무리한 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의 그 칼이 이제 자신을 겨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최선은 안 되더라도 차선이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이고, 그러려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민주주의는 더디지만 이긴다

―보수가 추앙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

"국가 운영에서 박근혜와 박정희는 극과 극이었다. 박정희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CEO이자 조직 운영의 귀재였다. 박근혜는 가장 무능한 CEO이자 조직 운영의 실패자다. 비서실장도 대통령을 일주일 가도 못 만난다면 나머지는 죄다 서면 보고라는 뜻인데 이 세상을 어떻게 활자로 이해할 수 있나? 사람을 볼 줄 모르고,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두 가지 무능이 여기서 나왔다."

―그렇게 무능하다면 나라를 위해 빨리 물러나는 게 낫지 않을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는 법적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조기 대선을 치르면 모든 정치 일정이 뒤죽박죽된다. 차분한 경선과 정권 인수가 불가능하다."

―어느 방송에서 "박정희 육영수의 딸이니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더라.

"부정을 덮자는 게 아니다. 이 정도에서 끝내자는 말도 나와야 한다는 거다. 민주 사회에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 또, 대통령이 잘한 점도 있다. 반역적 통합진보당 해산, 한·미연합사 해체의 무기한 연기, 좌편향 교과서 바로잡는 노력, 북한에 엄정한 태도로 일관한 것은 평가받을 것이다."

―여당은 분당 직전이다.

"이번 사태에서 제일 침을 뱉어야 하는 건 새누리당이다. 친박, 비박이 대체 뭔가. 이건 사색당파 수준도 안 된다. 밥그릇 싸움 수준의 붕당이다. 비박 세력이 이념적 적대 세력인 야당과 손잡고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한다? 좌파에 이용만 당하고 용도 폐기될 것이다."

―개헌, 내각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수준의 국회의원들을 보면 내각제 해서는 망한다. 하지만 제도는 사람을 바꾼다. 교통사고 많이 나는 원인이 택시 기사들이 일당을 벌기 위해 위험한 운전을 한 탓이었다. 그래서 거리 시간 병산제 요금을 도입했더니 교통사고가 확 줄었다. 내각제는 일인 독재가 불가능하다. 대통령중심제가 일종의 개인전이라면 내각제는 단체전이다. 또 얼마든지 한국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변형할 수 있다."

―이 혼돈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을까?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연설 첫 문장이 이러하다. '민주주의는 비록 더디지만 종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더디지만 참고 기다리면 된다. 시행착오를 견뎌야 한다."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나라 안팎 이슈를 날카롭게 진단했던 조갑제 대표.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나라 안팎 이슈를 날카롭게 진단했던 조갑제 대표.


조지 오웰, 마이웨이, 닥터 지바고

―전설적인 기자였다.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거짓말로 선동하고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제일 싫다. 기자 생활하며 성격으로 굳은 것 같다. 모든 문제는 사실관계만 규명되면 70~80%는 저절로 해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병역 기피 사건에서도 박주신 편을 들어 보수 사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병무청, 세브란스, 법원이 다 같은 판결을 했다. 국가기관의 판단이 개인의 돌출적 주장보다 훨씬 신뢰성이 높다. 사실을 신봉하는 게 왜 놀라운지 그게 더 놀랍다."

―젊은이들이 '조갑제'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억울할 때 많을 것 같다.

"'극우'는 폭력을 쓴다. '수구'는 변화를 거부한다. '꼴통'은 낡은 것에 집착한다. 나는 그 모두에 반대한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안다. 다만 나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조지 오웰. 그는 성자(聖者)다. 예수처럼 삶과 문학이 일치한다."

―송년회 때 즐겨 부르는 노래 있으신지.

"마이웨이. 음치라 노래 부르는 게 고역이어서 80년대 자주 가던 카페 여주인한테 부탁해 배웠다. 기왕 부를 거 가사가 길고 마지막에 높은 음으로 끝나야 박수를 보장받지 않겠나(웃음)."


조갑제는

1945
일본에서 태어나 경북 청송으로 돌아옴.
1965~67 부산고, 부산수산대
1971 국제신보 입사
1974 중금속 오염 추적 보도로 제7회 한국기자상 수상
1983 조선일보 입사
1994 제12회 관훈언론상 수상
1996 미국 하버드대학 부설 니만재단 연수
1998 월간조선 편집장
2001 월간조선 대표이사
2005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 대표"야당이 탄핵소추장에 여러항목을 넣은 바람에 헌재 판결이 상당히 늦어질것같다(야당의자충수)

게시일: 2016.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