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신경균(54) 도예가 '서울에 뜬 달' - 2018.1.18.조선 外

하늘나라 -2- 2018. 1. 18. 18:33




그의 '달항아리'엔 자연이 춤춘다


세종실록 기록된 양구 백토 구해 달항아리 만드는 도예가 신경균
26일부터 '서울에 뜬 달'展 열어


세발낙지, 패주, 굴, 전복, 참소라 등 일곱 가지 해물로 담근 해물김치가 옥빛이 감도는 흰 사발에 소복이 담겨 나왔다. 표면이 반질반질하면서도 형태는 살짝 일그러진 동그란 사발이 조개껍데기처럼 해물을 감쌌다. 굴 한 점 넣으니 시원하고 달큰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사발은 도예가 신경균(54)씨가, 해물김치아내 임계화(54)씨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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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경균(오른쪽)과 아내 임계화가 15일 서울 서촌의 자택에서 함께 차린 밥상 앞에 앉았다. 남편이 만든 그릇에 아내의 음식을 담았다. 부부는 부산 기장의 작업장‘장안요’와 서촌을 오간다. /이진한 기자


일본 요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타오지 로산진은 "요리와 그릇은 한 축에 달린 두 개의 바퀴"라고 했다. 그릇 만드는 신씨와 요리하는 임씨는 한 축에 달린 두 바퀴처럼 굴러간다. 15일 서울 서촌에서 만난 부부는 "흙과 유약을 재료 삼은 도예나 제철 음식을 담그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요리와 그릇은 한 축에 달린 두 바퀴

신씨는 일본 국보인 이도다완을 재현한 것으로 유명한 아버지 장여 신정희(사기장)로부터 도자를 접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 물레를 차고 가마에 불을 땠다. 사발, 자완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4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를 열었다. 도자기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중·일 3국의 도자기 작가로는 첫 전시였다. 도예로 일가를 이룬 신씨 작품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임씨의 음식을 만났을 때 더 빛을 발한다"고 했다.

신경균 개인전‘서울에 뜬 달’에 출품된 백자 달항아리‘월하미인’.
신경균 개인전‘서울에 뜬 달’에 출품된 백자 달항아리‘월하정인’. /신경균


두 사람은 신씨가 대학 때 만든 다향회 동아리에서 만났다. 임씨는 프랑스 국립고등연기학교를 나와 현지 극단에서 활동했다. 결혼 전까지 요리를 거의 못했다. 임씨는 "집에 밀려오는 손님을 접대하려고 친정어머니의 음식을 계속 가져왔다. 다들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하니까 거짓말쟁이가 될 수 없어서 요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경북 문경, 전남 고흥, 부산 기장(장안요) 등 남편의 작업장을 따라다니며 전국 각지의 제철 음식을 배웠다. 신씨는 "새벽 2시 반쯤 일어나 작업한 뒤 그날 장을 봐오는 게 내 일이다. 생선은 새벽에 어부가 잡아온 것을 사고, 채소는 다 집에서 키운다"고 했다. 임씨는 "우리에겐 일하고 밥 먹는 게 일과의 전부다. 흥이 나면 가끔 노래도 부른다"며 웃었다.

"예술과 요리, 생활이 모두 하나"

신경균씨는 2010년 시작한 백자 달항아리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를 앞두고 있다. 실패가 잦은 달항아리보다 손에 익숙한 사발을 계속 만들라는 충고도 들었지만 신씨는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달항아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했다. 신씨는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흙(양구 백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 흙을 구할 길이 열려 그때부터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드는 아내의 요리처럼 신씨의 도자엔 자연이 스며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토(胎土·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점토)부터 나무를 패고 태운 재를 사용한 유약,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발 물레질, 전통 장작가마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그가 만든 도기에서 흙이 변화시킨 나무와 돌, 불과 물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신씨의 달항아리는 희지만은 않다. 초록빛이나 노란빛을 띤다. 빛이나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보름달 이 되기도 하고, 초승달이 되기도 한다. 사람 얼굴이나 빗물 자국도 연상시킨다. 그는 "관람객이 작품을 만져보며 온도를 느끼게 하고 싶다"며 "달항아리 아래 둥근 부분을 쓰다듬으시라"고 했다. "아기 엉덩이처럼 둥글고 부드러우며 따뜻하거든요."

신경균 개인전 '서울에 뜬 달'오는 26일부터 2월 4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다. (02)724-7816





신경균 도자기 전시 '서울에 뜬 달'  

게시일: 2018. 1. 10.

신경균 작가 도자기 전시 '서울에 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