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방 소도시에 사는 노인들은 장보러 가는 일이 큰 고역이다.
건강상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 감소로 인한 버스 노선의 폐지 등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한 탓이다.
한 달에 일정액을 내면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고령자 전용 택시 서비스까지 등장한 이유다.
▷대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지방이 쇠락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촌의 공통 화두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은 훨씬 심각하다. 2014년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창성회의는 2040년까지 전체 지자체 중 절반 가까운 896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추이로 살펴본 결과 출산율을 좌우하는 20, 30대 여성 인구가 그때까지 50% 이상 감소하는 지역의 경우 행정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
소멸 가능성 도시’로 분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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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4년 전 ‘
소멸 가능성 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인구 추세를 점검해보니,
이 중 80%는 예상보다 빠르게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상당수 도시는 아이 울음소리는커녕 대낮에도 길에서 인적을 찾기 힘든 유령도시가 될 판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젊은이들이 대도시에만 집중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
일본 인구는 감소하지만 도쿄 등 수도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청년층, 특히 여성들이 살고 싶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세대의 ‘
취향 저격’을 위해 대도시가 부럽지 않을 만한 일과 삶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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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어떤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
한국의 지방 소멸’ 보고서에서
30년 내에 기초지자체 228곳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활약한 ‘
마늘 소녀들’의 고향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얻은
경북 의성군이 지방 소멸 위험지수 1순위에 올랐다.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하고 중소도시의 활기를 되찾는 일, 이 땅에도 발등의 불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