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왕종미(39) 플리츠마마 대표 '페트병' - 2018.8.11.중앙 外

하늘나라 -2- 2018. 8. 12. 21:26



골칫덩이 플라스틱? 페트병 16개면 가방이 됩니다             

이도은의 트렌드 리더

폐페트병을 가공한 원사로 만든 플리츠마마의 니트 가방. 제품 한 개에 500㎖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실이 사용된다. [사진 플리츠마마]

폐페트병을 가공한 원사로 만든 플리츠마마의 니트 가방. 제품 한 개에 500㎖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실이 사용된다. [사진 플리츠마마]


올해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안티 플라스틱(Anti Plastic)’이다. 폐비닐 사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별생각 없이 쓰던 플라스틱 소비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흐름이 자리 잡은 것. 당장 이달 1일부터 테이크아웃 목적 외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공은 금지됐고, 2020년까지 모든 생수와 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단계적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스타트업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페트병서 뽑은 폴리 원사로 제작
패션 가방 한 달 새 4000개 불티
백화점·편집숍 등서 입점 러브콜

친환경은 촌스럽단 생각은 옛말
일본서 수입한 페트병이라 아쉬워



소비자도, 제조·유통 업체도 묵직한 과제를 떠안은 셈이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를 오히려 호재로 삼은 브랜드가 있다.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Pleatsmama)’다. ‘폐페트병(500㎖) 16개로 만든 가방’을 내세운 이 업체는 공식 론칭(7월 2일)을 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백화점은 물론 국내 대표 온·오프 편집숍에서 러브콜을 보내왔고, 입점 이후 4000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또 빈폴 등 대기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 모두 소진되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다. 이미 수많은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브랜드가 존재하는 가운데, 플리츠마마가 남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왕종미(39)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활용 소재, 효성티앤씨서 안정적 공급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들고 있는 건 바게트처럼 포장된 제품들이다. [신인섭 기자]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들고 있는 건 바게트처럼 포장된 제품들이다. [신인섭 기자]

질의 :리사이클링을 내세운 배경이 궁금하다.
응답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니트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지난해 그곳이 문을 닫게 됐는데 공장에 남은 원사가 부피로는 7t, 값으로는 6억원어치였다. 사장 말을 들어보니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한숨이 나오면서 동시에 리사이클링을 제대로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마도 니트를 다룬 경력이 한몫했던 것 같다. 천을 잘라 만드는 옷이나 가방은 자투리 천을 버릴 수밖에 없지만, 니트는 다르다. 뜨개질처럼 뜨고 풀면 되지 버릴 게 없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에 딱이었다.”
 
질의 :업사이클·리사이클링 브랜드가 이미 많은데.
응답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패션 하면 뭔가 착하지만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또 일일이 공을 들여 소량 생산을 하다 보니 가격이 소비자 눈높이보다 훨씬 높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순수하게 브랜드로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나중에는 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힘들다. 지금도 업사이클링으로 성공한 브랜드 하면 ‘프라이탁’(버려진 천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밖에 꼽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론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현대백화점 편집숍에 입점했다. [사진 플리츠마마]

론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현대백화점 편집숍에 입점했다. [사진 플리츠마마]

질의 :그래서 어떻게 했나.
응답 :“일단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많이 파는 만큼 가격이 낮춰지는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삼은 거다. 재활용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일순위였다. 맨땅에 헤딩 식으로 수소문하다가 효성티앤씨가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10년 전부터 만들고 있었다는 걸 알아냈다.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더니 적극적으로 호의를 보였다.”
 
질의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였을 뿐인데.
응답 :“나중에 알게됐지만 이 재생원사가 나이키·파타고니아·H&M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이미 연간 10만t씩 사가는 소재다. 주로 등산복이나 운동화 등을 만든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이 소재로 제품을 만든 몇몇 업체들이 있었는데, 매번 시장 반응이 별로라 단발로 끝났다고 하더라. 그러다 내가 이번엔 가방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반응이 좋았다. 효성티앤씨 입장에선 해외 박람회에 나가 보여줄 제품이 생기는 거고, 우리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은 윈윈의 협업이었다.”
 
질의 :재활용 소재라 품질이 걱정되지 않았나.
응답 :“가격이 합성 원사보다 1.7배쯤 비쌌다. 하지만 품질 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공장에 물어보니 재활용 폴리에스테르가 일반 합성보다 발색도 좋고 섬유 굵기도 일정하다고 하더라. 다만 이런 재활용 소재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다. 원사가 일본 페트병을 수입해서 만든 거였다. 한국 페트병은 라벨도 붙고, 잔여물도 많고, 색깔도 투명하지 않아 분리 배출을 해도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카피 제품 팔리지만 메시지는 흉내 못내
 
컬러에 맞춰 가방을 겹쳐 들 수도 있다. [사진 플리츠마마]

컬러에 맞춰 가방을 겹쳐 들 수도 있다. [사진 플리츠마마]

질의 :론칭 한 달 만에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응답 :“순전히 소셜 미디어의 힘이다. 공식 론칭 전인 6월 중순쯤 인스타그램에 브랜드의 콘셉트와 제품 사진을 올렸더니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연락이 왔다. 바로 두 지점에 입점 계약을 맺었다. 그러더니 한 주를 지나서는 편집숍 퀸마마마켓에서 연락이 와 바로 다음날부터 매장에 들어갔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인 동춘175에 입점할 땐 서로 바빠 얼굴도 안 보고 계약을 맺었다. 디엠으로 입점 문의가 오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협찬도 댓글로 물어온다.”
 
질의 :특히 플라스틱 대란과 맞물려 타이밍이 좋았다.
응답 :“맞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전략이 없었던 건 아니다. 친환경 패션이라고 해서 착하다는 것만 내세우는 건 옛날 이야기다.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뭔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주고 싶었다. 카페에 텀블러 들고 오는 사람들도 딱 이런 마음 아닐까. 소비하면서도 도덕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거다. 실제로 산 사람들이 SNS에 올린 후기를 보면 ‘폐페트병 16개로 만든 가방’이라는 해시태그를 빼놓지 않는다.”
 
질의 :다분히 이중적이다.
응답 :물론이다. 우리 고객은 모순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건 엄연한 패션 아닌가. 안목도 높지만, 개념도 있는 이들에게 둘 다 만족감을 줘야 한다.”
 
질의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는 좋지만, 디자인은 카피가 쉬워 보인다.
응답 :“이미 카피 제품이 팔리고 있다. 소재는 그냥 합성 소재인데 심지어 가격도 1만원 더 비싸다. 하지만 따라 할 수 없는 건 역시 우리의 메시지다. 가령 우리 제품의 포장지만 해도 그렇다. 사실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론칭이 늦어진 게 이 포장지 때문이다. 과대 포장없이 제품을 한 번만 싸면서도 내부 손상이 없을 소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본 자동차 부품 회사가 스크래치를 막기 위해 쓰는 소재를 동대문 방산 시장에서 찾아냈다. 모양은 바게트처럼 단순하지만, 방습·방수·충격 보호가 다 된다. 이런 노력은 절대 카피할 수 없을 거다.”
 
질의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더해갈 것인가.
응답 :“짧은 기간 동안 배운 게 많다. 결국 친환경도 기존 것을 어떻게 재조합하는가의 아이디어 싸움이라는 걸 확인했다. 10년 전 나온 소재로 100년도 더 된 직조 기술을 합친 것 아니냐. 지금은 다른 재활용 소재를 찾아 실험 중이다. 또 친환경이라는 브랜딩도 그렇다. 굳이 소비자에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통하면 될 뿐이다. 종종 디엠으로 ‘힘내라’는 메시지를 받곤 하는데 그 어떤 충성 고객보다 소중하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가볍고 저렴한데 예쁘다···페트병 16개로 만든 니트 백

가볍고 저렴한데 예쁘다···페트병 16개로 만든 니트 백페트병으로 니트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가 서울 마포구 양화로의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가방을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필(必)환경의 시대다. 재앙이 돼버린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는 '제로 웨이스트' 외침이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컨서스 패션(conscious fashion·의식 있는 패션)이 트렌드다. 업체는 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