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치고 오슬오슬 떨릴 때 먹는 만두전골
[맛난 집 맛난 얘기] 국시랑만두
짧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탈곡기 소리가 멈췄다. 기러기 높은 초저녁 하늘엔 초승달이 걸렸다. 높다랗게 쌓아올린 낟가리의 검불들이 스산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면 시장기가 몰려왔다. 그런 날엔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했다. 목에 건 타월로 먼지를 털어내고 집에 들어섰을 때, 콧속으로 확 달려드는 만둣국 냄새는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놓고는 했다. 서울 자하문 밖 <국시랑만두>에서 오랜만에 고향 어머니의 만둣국 냄새를 맡았다.
전라도 아줌마의 이북식 만두
청출어람이 반드시 학문의 세계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외식업계에서도 가끔 선생을 뛰어넘는 제자들이 있다. <국시랑만두>의 김경단(51) 대표도 그런 경우. 김씨의 이북식 만두는 마니아들 사이에 알음알음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김씨는 이북 음식을 접해본 경험이 적고 심지어 고향도 전남 해남이다.
김씨는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님의 사모님이었다. 20~30명쯤 되는 전 직원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 만들어서 나눠먹는 일을 즐겼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았지만 식당을 차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안 곳곳에 법원으로부터의 차압딱지가 붙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장롱 속에서 김씨는 빚 독촉 우편물들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아내가 볼까 봐 남편이 몰래 숨겨둔 것들이었다. 좀 더 찾아보니 깊숙한 곳에서 수면제가 100알 정도 나왔다. 김씨는 수면제 대신 보약을 지어와 남편 손에 쥐어주면서 하소연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혼할 때 하더라고 지금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나를 먹여 살렸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 먹여 살릴 차례다. 빚은 내가 갚는다. 그 대신 나 혼자는 힘드니 다 갚을 때까지 당신이 내 옆에 있어 달라. 그때 가서 이혼하든 죽든 맘대로 해라!”
며칠 뒤 ‘사모님’은 허리디스크를 안은 채 한정식집 종업원으로 출근했다. 그 집 조리실장으로 있던 유명 셰프로부터 한정식에 관한 메뉴를 마스터했다. 그 뒤 자신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실전 경험을 쌓을 일반식당을 몇 군데 다니면서 실력을 연마했다. 그가 몸담았던 마지막 만두 전문점에서 하루는 조리실장이 무단결근을 했다. 식당에서 그나마 조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김 씨뿐이었다. 사장으로부터 “빨리 조리실을 정상화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그날 저녁에 서점 몇 군데 들러 만두에 관한 책을 무더기로 샀다. 그리고 밤을 새워 달달 외웠다. 다음날 출근해서 외운 대로 실습을 했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하길 나흘 만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뽑아냈다. 지금의 김씨 스타일의 이북식 만두가 이때 탄생했다. 오히려 김씨의 만두는 이전 조리실장의 만두보다 고객들의 더 격렬한 사랑을 받았다. 외식관련 전문가들로부터도 그가 보고 배웠던 만두 책 저자들의 만두 솜씨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는다.
전라도 아줌마의 이북식 만두
청출어람이 반드시 학문의 세계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외식업계에서도 가끔 선생을 뛰어넘는 제자들이 있다. <국시랑만두>의 김경단(51) 대표도 그런 경우. 김씨의 이북식 만두는 마니아들 사이에 알음알음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김씨는 이북 음식을 접해본 경험이 적고 심지어 고향도 전남 해남이다.
김씨는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님의 사모님이었다. 20~30명쯤 되는 전 직원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 만들어서 나눠먹는 일을 즐겼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았지만 식당을 차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안 곳곳에 법원으로부터의 차압딱지가 붙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장롱 속에서 김씨는 빚 독촉 우편물들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아내가 볼까 봐 남편이 몰래 숨겨둔 것들이었다. 좀 더 찾아보니 깊숙한 곳에서 수면제가 100알 정도 나왔다. 김씨는 수면제 대신 보약을 지어와 남편 손에 쥐어주면서 하소연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혼할 때 하더라고 지금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나를 먹여 살렸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 먹여 살릴 차례다. 빚은 내가 갚는다. 그 대신 나 혼자는 힘드니 다 갚을 때까지 당신이 내 옆에 있어 달라. 그때 가서 이혼하든 죽든 맘대로 해라!”
며칠 뒤 ‘사모님’은 허리디스크를 안은 채 한정식집 종업원으로 출근했다. 그 집 조리실장으로 있던 유명 셰프로부터 한정식에 관한 메뉴를 마스터했다. 그 뒤 자신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실전 경험을 쌓을 일반식당을 몇 군데 다니면서 실력을 연마했다. 그가 몸담았던 마지막 만두 전문점에서 하루는 조리실장이 무단결근을 했다. 식당에서 그나마 조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김 씨뿐이었다. 사장으로부터 “빨리 조리실을 정상화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그날 저녁에 서점 몇 군데 들러 만두에 관한 책을 무더기로 샀다. 그리고 밤을 새워 달달 외웠다. 다음날 출근해서 외운 대로 실습을 했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하길 나흘 만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뽑아냈다. 지금의 김씨 스타일의 이북식 만두가 이때 탄생했다. 오히려 김씨의 만두는 이전 조리실장의 만두보다 고객들의 더 격렬한 사랑을 받았다. 외식관련 전문가들로부터도 그가 보고 배웠던 만두 책 저자들의 만두 솜씨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는다.
소고기 국물과 양념장이 빚어내는 얼큰하고 시원한 만두전골
만두전골(1만2000원)은 한 번 찐 만두를 냄비에 다른 재료와 함께 담아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다. 만두는 1인분에 세 개씩이다. 들어가는 국물의 기본 베이스는 사골과 소고기 양지(호주산)다. 이때 대파와 양념장(다대기)을 충분히 넣고, 배추, 미나리, 쑥갓, 표고버섯, 팽이버섯, 삶아둔 소고기 양지, 유부 등을 넣어 전골국물을 완성한다. 이들은 국물 재료이자 고명 구실까지 해낸다. 미리 준비한 양념장은 멸치, 다시마, 다랑어포로 끓여 만든 간장에 고춧가루를 비롯한 각종 양념을 넣고 재웠다가 만들었다.
이 양념장 덕분에 뜨끈한 국물이 칼칼하고 얼큰하면서,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개운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북 음식은 대체로 큼직하고 푸짐하다. 겨울이 길고 추워 음식의 간이 세지 않고 매운맛도 덜하다. <국시랑만두>의 만두 자체는 이북식 요소가 강하지만, 만두를 넣고 끓인 전골 국물은 주인장의 고향인 전라도의 맛과 요즘 현대인의 입맛이 반영된 것 같다. 일에 지쳤거나 오슬오슬 추울 때 먹으면 금방 몸이 뜨거워지고 기운이 난다.
만두소는 물기를 짜낸 채 썬 호박과 돼지고기에 양파, 배추, 부추, 두부, 숙주나물 등을 곱게 다져넣었다. 잘 버무린 소를 이틀정도 숙성시켰다가 만두를 빚는다. 이북식 만두의 한 특성이기도 한 소의 주재료인 호박은 겨울철에 가격이 비싸진다. 그렇지만 그 양을 줄이지 않아 사철 똑같은 맛을 낸다. 호박은 함께 들어가는 날 배추, 양파와 함께 자연스런 단맛을 내줘 만두 맛을 더 높여준다. 또한 돼지고기가 전체 만두소의 3/1을 차지, 돈육의 ‘고기 맛’이 좋은 만두 맛을 뒷받침해준다.
만두전골(1만2000원)은 한 번 찐 만두를 냄비에 다른 재료와 함께 담아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다. 만두는 1인분에 세 개씩이다. 들어가는 국물의 기본 베이스는 사골과 소고기 양지(호주산)다. 이때 대파와 양념장(다대기)을 충분히 넣고, 배추, 미나리, 쑥갓, 표고버섯, 팽이버섯, 삶아둔 소고기 양지, 유부 등을 넣어 전골국물을 완성한다. 이들은 국물 재료이자 고명 구실까지 해낸다. 미리 준비한 양념장은 멸치, 다시마, 다랑어포로 끓여 만든 간장에 고춧가루를 비롯한 각종 양념을 넣고 재웠다가 만들었다.
이 양념장 덕분에 뜨끈한 국물이 칼칼하고 얼큰하면서,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개운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북 음식은 대체로 큼직하고 푸짐하다. 겨울이 길고 추워 음식의 간이 세지 않고 매운맛도 덜하다. <국시랑만두>의 만두 자체는 이북식 요소가 강하지만, 만두를 넣고 끓인 전골 국물은 주인장의 고향인 전라도의 맛과 요즘 현대인의 입맛이 반영된 것 같다. 일에 지쳤거나 오슬오슬 추울 때 먹으면 금방 몸이 뜨거워지고 기운이 난다.
만두소는 물기를 짜낸 채 썬 호박과 돼지고기에 양파, 배추, 부추, 두부, 숙주나물 등을 곱게 다져넣었다. 잘 버무린 소를 이틀정도 숙성시켰다가 만두를 빚는다. 이북식 만두의 한 특성이기도 한 소의 주재료인 호박은 겨울철에 가격이 비싸진다. 그렇지만 그 양을 줄이지 않아 사철 똑같은 맛을 낸다. 호박은 함께 들어가는 날 배추, 양파와 함께 자연스런 단맛을 내줘 만두 맛을 더 높여준다. 또한 돼지고기가 전체 만두소의 3/1을 차지, 돈육의 ‘고기 맛’이 좋은 만두 맛을 뒷받침해준다.
만두는 당일 새벽에 빚어두었다가 쓴다. 김씨가 왼손에 만두피를 올리고 숟가락으로 소를 퍼담자 이내 그의 손이 춤추듯 움직이더니 만두 하나가 금세 손에서 내려온다. 신기에 가까운 솜씨다. 김씨의 고향인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의 친정 부모님이 심어 거둔 쪽파, 양파, 마늘을 음식 재료로 쓴다. 해남 마늘은 자극적이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이 해남산 양념들이 만두에서 차지하는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함께 나오는 반찬은 직접 담근 겉절이 배추김치와 짠지다. 해남의 마늘과 붉은고추를 충분히 갈아 넣고 담근 배추김치는 그 자체만 먹어도 맛있다. 짠지는 요즘 외식업체에서 거의 보기 힘든 찬이다. 예전 시골 밥상에는 겨울엔 김장김치요 여름엔 짠지였다. 여름날 차가운 우물물 퍼 올려서 짠지 우려낸 뒤 물 붓고, 파 썰어 넣고 식초 한 방울 타서 먹는 짠지 맛은 그 어떤 천하진미 부럽지 않았다. 요즘엔 시골 밥상에서도 짠지 구경하기 힘들다. 그 자리를 간편한 조미 김이 차지한 듯하다. 이런 식당에서 짠지를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 맛이 옛날과 다를 바 없어 반가웠다. 더구나 담백한 짠맛이 만두와도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함께 나오는 반찬은 직접 담근 겉절이 배추김치와 짠지다. 해남의 마늘과 붉은고추를 충분히 갈아 넣고 담근 배추김치는 그 자체만 먹어도 맛있다. 짠지는 요즘 외식업체에서 거의 보기 힘든 찬이다. 예전 시골 밥상에는 겨울엔 김장김치요 여름엔 짠지였다. 여름날 차가운 우물물 퍼 올려서 짠지 우려낸 뒤 물 붓고, 파 썰어 넣고 식초 한 방울 타서 먹는 짠지 맛은 그 어떤 천하진미 부럽지 않았다. 요즘엔 시골 밥상에서도 짠지 구경하기 힘들다. 그 자리를 간편한 조미 김이 차지한 듯하다. 이런 식당에서 짠지를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 맛이 옛날과 다를 바 없어 반가웠다. 더구나 담백한 짠맛이 만두와도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전골 만두는 간장에 찍어먹는 것보다, 쪼개서 전골국물에 적셔먹는 게 더 맛있다고 김씨가 귀띔했다. 큼지막한 만두만큼이나 커다란 그의 눈과 호탕한 웃음소리를 뒤로 한 채 자하문 밖의 길로 나서자 백악의 서쪽 산자락으로 짧은 초겨울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다.
<국시랑만두>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76, 02-395-4929
글 이정훈 음식문화 연구자(월간외식경영 콘텐츠 실장), 사진 이한길(월간외식경영 취재팀)
글 이정훈 음식문화 연구자(월간외식경영 콘텐츠 실장), 사진 이한길(월간외식경영 취재팀)
[ KBS 2TV 생생정보 643회 ] 2018년 8월 24일 금요일 취재 연락처
대동 맛 지도 <서울특별시 종로구 부암동 편>
■ 만두전골
<국시랑만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76
☎ 02-395-4929
박구윤~김태호~샤브샤브~부암동 만두랑~국시랑~
게시일: 2015. 1. 6.
찾아가는 먹방~
종호 부암동 만두랑~국시랑
2014.04.16
희 종로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가 있는 국시랑 만두집에 오랫만에 가 본다. 국시랑 만두 김경단사장님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지 세종문화회관에서 Kpop공연을...
만두를 빚고 있는데 4귀퉁이에 잔을
하나씩 놓아서 평형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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