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광 붐, 추락하던 시세이도 살렸다
[관광, 日경제지도를 바꾸다] [上]
일본내 공장 절반으로 줄였다가 35년만에 증설, 주가 3년새 4배
일본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資生堂)는 올해 초부터 도치기(栃木)현에 350억엔(약 3540억원)을 투자해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시세이도는 이바라키(茨木)시에서도 2020년 완공 목표로 550억엔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시세이도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은 35년 만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2004년 일본에서 6개 생산 공장을 돌렸던 시세이도는 판매 부진으로 2015년까지 생산 공장을 3개로 줄였다. 저출산·고령화로 화장품 쓰는 젊은 인구가 급감, 한때 화장품 업체 소멸론까지 나왔고, 관련업계에서는 시세이도가 한국 기업에 팔린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지금 시세이도는 1980년대 버블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매출과 주가가 치솟고 있다. 주가는 2015년 2000엔대에서 지난달 말에는 8700엔대까지 폭등했다. 매출은 2012년 6823억엔에서 지난해 1조51억엔으로 뛰었다. 시세이도의 운명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10년 전(835만명)의 4배에 육박하는 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세이도 화장품을 구입 사용한 뒤 귀국해서도 계속 사면서 화장품 내수 판매와 수출이 급증,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침체가 지속되던 과자·유통 등 다른 내수 업종도 외국인 특수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폐점이 잇따르던 유통업체들도 이제 점포를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고 과자 등 식음료 업체들도 공장 신·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버블 붕괴 후 폐점이 잇따르던 지방 호텔 업체들도 신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8일 밤 10시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의 잡화점 '돈키호테'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사는 파스나 과자, 구강청결제·염색약 등이 매장 초입부터 진열돼 있었다. 늦은 시각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관광객들이 주로 밤에 찾는 점에 착안해 심야에도 문을 여는 등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밤 8시부터 자정까지 매출이 돈키호테 전체 외국인 매출의 40%를 넘는다. 외국인 관광객 1인당 구매액은 1만6200엔으로, 일본 내국인 평균 2500엔의 6배가 넘는다. 이충기 경희대 교수는 "관광객들이 그만큼 상품을 쓸어 담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일본에 370여개 매장을 둔 잡화점 돈키호테는 최근 3년간 도심지 중심으로 매장이 40여개 늘었다.
◇관광이 만든 제2의 내수 시장
20년 장기 불황을 겪으며 빈사 상태에 빠졌던 화장품·백화점·과자 등 일본 내수업체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살려내고 있다. 가전제품 양판점인 '빅카메라'는 2016년부터 이번 달까지 12개 매장을 출점했다. 매장 대부분이 도쿄·오사카역 인근이나 오다이바 등 관광지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해외 배송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아베 도오루 빅카메라 이사는 "매장에 오는 방일 외국인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고객이 3년 만에 3배로 늘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공장 신설 붐이 불고 있다. 일본네슬레는 작년 7월 효고현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 초콜릿 제조 공장을 새로 만들었다. 일본네슬레가 초콜릿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26년 만이다. 메이지(明治)도 초콜릿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최근 오사카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을 한 데 이어 2020년까지 사이타마에 공장을 신설한다. 저출산으로 어린이들이 줄면서 초콜릿 생산량은 2001년 23만t에서 2012년 20만t까지 줄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특수로 작년에 25만t까지 늘었다. 실제 식음료 업체들의 설비투자는 2015년 1조엔 전후였지만 외국인 특수로 2016년부터 급증하기 시작 작년에는 2조4000억엔까지 늘었다. 열나는 아이의 이마에 붙이는 고바야시제약의 냉각 시트는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에 '일본에 가면 사야 하는 12가지 신약'으로 소개되면서 매년 매출이 2~3배씩 급증하고 있다. 고바야시 제약은 중국에서 직접 상품을 팔기 위해 3월 중국의 대형 제약 회사를 인수했고 국내 공장 2곳의 설비 증설에도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44조원 소비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일본 전국에서 호텔 신축붐이 불고 있다. 후쿠오카시 곳곳에서는 일본 건설업체 다이와하우스 등의 신축 호텔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후쿠오카시에만 올해부터 2년 안에 호텔 33개동(5250객실)이 문을 열 예정이다. 후쿠오카시를 찾은 관광객은 2011년 58만명에서 지난해 298만명으로 5배로 치솟았지만, 객실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액은 2012년 1조846억엔서 작년 4조4162억엔으로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외국인 소비액이 8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관광 산업이 커지면서 그에 따라 관광 서비스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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