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해보자" 시험관 시술 네 번째 성공
"아이 심장소리 듣던 2초,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입력 2018.11.22 04:05 | 수정 2018.11.22 04:10
[아이가 행복입니다] 12년 만에 첫아이 낳은 부부
◇잊지 못할 2초
전씨 부부가 임신 소식을 들은 건 지난해 10월이다. 배아를 이식하고 열흘째 되던 날,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전씨는 '임신이 아닐 거야'라고 믿기로 했다.
"호르몬 약에 테스트기가 반응하기도 해요. 괜히 기대했다가 좌절할까 봐 걱정이 앞섰어요. 병원에서 1차·2차 피검사를 하고 3차 검사에서 아기 심장 소리를 듣고서야 진짜 임신이란 걸 알았죠. 친정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했는데 '엄마, 나 임신이야' 이 말을 끝까지 못했어요. 엄마도 저도 울었어요."
임신이 믿기지 않았던 부부는 다음 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3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기 심장 소리를 2초간 들었다. 전씨는 "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2초였다"고 했다.

동갑내기 부부는 스물여덟이던 2006년 결혼했다. 자연스레 아기가 생기겠거니 했다. 2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병원을 찾았지만 부부 모두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아이가 안 생겼다. 임신을 시도한 지 1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되는 '난임'이었다.
그때부터 2년간 인공수정을 네 번, 시험관 시술은 한 번 했다. 몸이 축나는 것보다 마음이 지치는 게 힘들었다. 아기를 포기하려고도 했다. 한편으론 '아직 젊은데 좀 더 기다려보자'는 희망을 버리진 못했다. 입양을 고민하다 접기도 했다.
다시 시험관 시술을 시도할 때까지 6년이 흘렀다. 늦게 결혼해 시험관 아기를 얻은 친구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다른 가족들은 첫째, 둘째가 생겨서 자꾸 사람 수가 느는데 우리는 늘 두 명이었어요. '남들은 평범하게 아이 낳고 행복한데 왜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될까' 싶어 가끔 우울했죠. 몇 년 전보다 기술도 발전한 데다가, 저도 가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딱 세 번만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2016년 다시 임신을 시도했다. 녹록지 않았다. 전씨는 "특히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피검사 수치가 애매해 임신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 한 달간 이어졌다.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말에 피가 말랐다"고 했다. 결국 임신은 아니었다. 주변에 말도 못하고 남편과 둘이 마음을 다독였다.
임신하기 위한 몸을 만드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며 출근 전에 1시간, 퇴근 후에 2시간씩 운동했다. 하루 스무 알씩 영양제를 챙겨 먹다 위장병도 생겼다. 회사 탕비실 냉장고에 꽁꽁 싸놓은 주사기를 꺼내 화장실에서 스스로 배란유도 주사를 놓았다.
◇"아이 몇 살이냐"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
많은 난임 부부가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꿈을 접는다. 전씨는 "남편의 지지, 직장의 배려, 가족들의 응원. 이 세 가지로 버텼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회사에서 난임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왜 젊은 사람이 벌써…' 하는 눈초리가 느껴졌었어요. 요즘은 그런 편견이 전보다는 줄었어요. 임신 10주차에 동료들에게 알리니 진심으로 축하해줬어요. 아기가 안 생겨 고민할 때, 시댁에서 '요즘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무심한 듯 말씀해주신 것도 고마워요."
오히려 낯선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아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이 거의 빠지지 않죠. 그럴 때마다 '오늘은 아기를 싫어한다고 말을 할까, 아니면 솔직하게 안 생겨서 없다고 할까' 혼자 구구절절한 변명거리를 생각했어요. 안 생긴다고 하면 '병원은 가봤느냐' '왜 안 생기느냐' 묻는 말들이 상처가 됐어요."
난임 부부들의 심정을 너무 잘 알기에
, 병원에서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부부는 표 내고 기뻐하지 않았다. 난임 부부가 많이 오는 병원이라, 대기실에 아이 하나만 등장해도 수십 명의 시선이 쏠렸다. 그 마음을 아니까,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초음파 사진을 들춰보지 못했다. 내년 1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는 전씨는 "채아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아까워 아이가 조금 느리게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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