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무인화 바람
이곳은 국내 청바지업체 랩원오원이 지난 10월 문을 연 24시간 무인(無人) 점포다. 인터넷에 연결된 태블릿PC로 물건을 사는 셈이지만 매장에서 물건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 랩원오원 정형욱 마케팅팀장은 "인터넷 위주로 제품을 팔았는데 '오프라인에서 입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며 "매장 운영 비용을 줄이고 첨단 이미지를 주기 위해 무인 형태로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바지업체 제이엠진도 지난 6월 서울 구로구에 무인 청바지 매장을 냈었다. 제이엠진은 "앞으로도 팝업 스토어 형태로 무인 매장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최근 아예 점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편의점 업체 4곳이 무인 편의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던 이마트24는 무인 매장을 전국 15곳으로 늘렸다. BGF리테일의 'CU'는 올해 4월,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은 지난 8월 시작해 현재 각각 전국에서 6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자판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의 'GS25'는 지난 9월부터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편의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무인 계산대를 도입하는 대형 유통업체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시작해 현재 전국 143개 매장 중 60개(42%)에서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 도입을 시작해 현재 전국 123개 매장 중 44개(36%)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초기엔 20~30대 고객이 많이 썼는데, 줄을 길게 서도 되지 않아 전 연령층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매장 중 88개(63%)를 무인 계산대로 운영 중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소형 식당 등에선 무인 주문기 사용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롯데리아는 지난 7월 57%였던 무인 주문기 도입 매장 비율이 12월 61%로 올라갔다.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손님들한테 주문받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올여름 무인 계산기를 들여놨다"고 했다. PC방에도 이미 무인 정산기가 자리 잡은 상태다. 최근 2~3년간 5000대 이상의 자동 정산기가 팔렸다. 점원이 아닌 정산기를 통해 계산해야 PC를 이용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무인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 계산원이 없는 무인상점 '아마존고'를 선보였다. 미국 시애틀·시카고 등에 이어 영국 런던에도 매장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해 미국 10개 공항에 의류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무인으로 옷을 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