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이기진(56)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씨엘 父' - 2016.7.2.조선 外

하늘나라 -2- 2016. 7. 3. 22:30



"톱스타 딸 걱정? 저보다 재밌게 사는데요, 뭘"



['씨엘 아빠' 이기진 서강대 교수]

동화 작가이자 로봇 디자이너
"딸, 자퇴했지만 꿈 찾은 행운아… 나도 재미있는 '실험'하며 살 것"


이기진(56)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걸그룹 2NE1의 '씨엘(25·본명 이채린) 아빠'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불리기엔 아까운 인물이다. 이 교수는 동화·교양서·여행책 등 16권을 출간한 다작(多作) 작가이자 로봇 디자이너다. 만화를 그리고 중고품을 수집하는 '딴짓'도 해왔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실험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름은 '실험실'이지만 내부는 그림과 로봇 등이 전시된 갤러리였다. 2013년 사들인 한옥을 손봤다는 이 교수는 "나만 재밌는 걸 하기 미안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려고 만든 공간"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실험실'에서 만난 이기진 서강대 교수는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프렌치프라이 액자'를 꼽았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실험실'에서 만난 이기진 서강대 교수는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프렌치프라이 액자'를 꼽았다. 이유를 묻자 "그냥, 재밌어서"라고 답했다. /이태경 기자


중학생 땐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170㎝가 안 되는 키에 몸집도 왜소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단다. "재밌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잘하는 건 물리 공부였다. 물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물리를 전공했다. 서강대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약 10년 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 "밤을 새워 연구하고 낮에는 자고, 그렇게 30대의 10년을 보냈어요. 그래서 그 시절 기억이 하나도 없죠."

한국에 돌아와 교수 생활을 시작한 40대부터 다시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일본 유학 시절 큰딸 채린과 둘째 딸 하린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종이에 사인펜으로 쓱쓱 그렸던 동화를 우연히 처제가 발견해 출판사에 넘기면서 동화작가로 데뷔했다. 이 책은 영어·프랑스어·일본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됐다.


이기진 교수의 맏딸 씨엘.
이기진 교수의 맏딸 씨엘. 걸그룹 2NE1의 리더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본격적으로 재미를 찾아 나섰다. 2009년에는 로봇을 만들었다. 연구가 안 풀릴 때마다 그렸던 로봇 그림을 철공소에 들고 가 3차원 로봇으로 제작했다. 마침 일감이 없어 한가했던 철공소 사장은 재료비 10만원만 받고 한 달 동안 로봇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탄생한 로봇은 프랑스 아트페어에 출품돼 프랑스 배우 에릭 주도르에게 5000유로(약 630만원)에 팔렸다. 이 교수는 "꼭 프로가 아니어도 재미있는 일을 하면 인생이 충만해진다"고 했다.

그는 '잘나가는' 딸 씨엘이 걱정되기보단 부럽다고 했다. 씨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취미로 재즈댄스를 배우면서 춤의 재미를 알았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매주 홍대의 한 연습실에 나가 자신이 짠 안무를 녹화했다고 한다.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채린이가 고교를 자퇴한다고 했을 때도 말리지 않았어요. 10대 때 재밌고 잘하는 일을 찾았으니 그건 행운이죠. 데뷔 못 하면 옷가게라도 하면 된다고 생각 했어요."

이 교수는 최근 에세이 '투애니업(20 Up·김영사온)'을 펴냈다. 인생을 재밌게 사는 지혜를 일러스트와 글로 풀어낸 책이다. 탈고하던 지난 1월 그는 여행을 갔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3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에서 딱 한 가지 생각만 했어요. 앞으로는 진짜 재밌는 일만 하고 살아야지." '창성동 실험실'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졌다.





[tbsTV]TV책방 북소리 23회 이기진(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편

게시일: 2014. 8. 29.

이번주 TV책방 북소리에서는 물리학자이자 여자 아이돌그룹 2NE1의 리더 CL의 아버지인 이기진 교수와 함께 인생에 활력을 주는 '딴짓'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서울시 구석구석 다양한 도서관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도서관, 동대문구 답십리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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