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송모 양(15)은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입술 화장과 함께 눈 화장을 시작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나오는 눈 화장법 동영상을 보고 열심히 따라해 이제는 성인 못지않게 잘 그린다. 눈 화장용 제품만 10개를 갖고 있다. 송 양은 “생일에 화장품 키트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중고교생 3명 중 1명은 매일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초중고교생 47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색조 화장을 매일 한다는 응답이 30.5%, 주 1회 이상 한다는 응답이 65.4%였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 42.2%, 중학생 77.6%, 고등학생 73.4%가 주 1회 이상 색조 화장을 한다고 대답했다.
10대들의 화장이 늘면서 최근 편의점이 10대 청소년의 화장품 구매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와 손잡고 전용 색조 화장품 ‘러비버디’를 출시했다. 피부 톤을 정리하는 ‘톤업크림’, 눈을 커 보이게 하는 ‘마스카라’ 등 6종으로 구성했다. 가격은 3900∼5500원으로 기존 화장품보다 저렴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대를 주요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10대뿐만 아니라 5∼9세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화장품 수요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어린이 화장품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전년 대비 각각 94%, 251% 매출이 늘었다. 특히 어린이용 립스틱과 매니큐어 매출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어린이들이 인터넷으로 직접 물건을 사기 힘든 만큼 자녀가 요구해 부모가 사준 경우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10대를 위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유명 화장품 제조업체와 협력해 만든 제품이라 믿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은보라 GS리테일 화장품MD는 “10대가 색조 화장품의 고객층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유해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면서 “유해 성분이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란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강승현·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