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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진(34) 서울성모 장례지도사 '이 별에서의 이별'-2018.7.29.가톨릭外

하늘나라 -2- 2018. 7. 29. 16:09




34살 장례지도사가 전하는 죽음과 이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양수진씨, 수필집 「이 별에서…」 펴내



▲ 젊은 장례지도사 양수진씨는 8년 동안 지켜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수필집에 담았다.




장면1. 형제는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서로 노려보고 삿대질을 해가며 옥신각신 다퉜다. “너는 어머니를 어떻게 모셨길래. 돈까지 쥐여줬는데 병원도 안 모시고 간 거냐?

그 말을 듣고 있던 동생의 자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엄마 아빠가 할머니 모시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기나 해요? 서로 안 모시겠다고 떠밀기나 했지.” 한쪽에서는 “아이고. 불쌍한 우리 엄마”하고 통곡이 시작됐다. 미리 장만해둔 수의함에서 어머니가 달력 뒷장에 삐뚤삐뚤 써서 넣어둔 편지가 발견됐다.

나는 걱정하덜 말고 너거들만 잘 살면 된다. 너거들은 잘못한 기 없다… 너거들 잘 사는거시 나의 소원이다.”



장면2. 피부가 유난히 희고 고운 아가씨와 마주했다.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 등을 돌려버린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이었다. 하얀 피부 위에 극명히 도드라진 검고 푸른 흔적을 보자 마음이 서늘하게 저려온다. 화장품을 반 통 넘게 썼는데도 멍은 그 위로 배어 나온다. 눈물이 나오려는 찰나, 입 안쪽의 살을 어금니로 질끈 물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양수진(사비나, 34)씨의 수필집 「이 별에서의 이별」(싱긋)에는 각양각색의 죽음과 이별 풍경이 들어 있다.

양씨는 죽음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20대 중반에 장례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젊은 여자가 뭘 안다고”, “그러다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이별을 도왔다. 올해로 8년째다.

장례지도사는 슬픔의 바다 한가운데서 아무런 감정동요 없이 제 할 일을 하는 직업인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양씨는 “참을 수 있는 슬픔의 한계가 있다”며 “슬픔을 억누르느라 손톱으로 허벅지를 얼마나 긁었던지 집에 와서 보니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불치병 발병 6개월 만에 세상과 작별한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에게 거친 수의를 입혀줄 때는 그런 ‘약발’도 먹히지 않았다. 그는 “슬픔을 가두고 살지만, 멍울이 맺힌 울음은 언젠가 한 번 터지기 마련”이라며 “책을 쓰면서도 여러 번 화장실에 들어가 울고 나와 심호흡 크게 하고 다시 자리에 앉곤 했다”고 말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도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독신 여성은 자신이 죽으면 수의 대신 공주님처럼 드레스를 입혀 달라고 부탁했다. 지상의 벗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인사도 동영상으로 찍어 장례식장에 틀어놓고 싶다고 했다. 그 여성의 장례식 풍경은 달랐다. 조문객들은 자녀들 승진 얘기나 친척이 땅을 산 얘기가 아니라 고인에 관한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는 “보람과 의미 있는 일을 찾다 장례지도사가 됐다”며 “다른 별의 빛이 된 사람들과 남아서 그리움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보살피는 일을 배웅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만남이었다”고 고백했다.

누군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여전히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하지만 삶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얼마 전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장례지도사 동료들은 공통적으로 가족애가 남다르다”며 “죽음과 가까이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툭하면 ‘죽고 싶다’고 하는 젊은이들을 향해선 “넘지 못할 고비는 없는 것 같다”며 “이 별(지상)에 남아 슬퍼하고 오열할 가족을 잊지 마라”고 조언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지식] 양수진의 ᐸ이 별에서의 이별 7.6(금)/ YTN 라디오

게시일: 2018. 7. 5.

[지식] 양수진의 (이 별에서의 이별) 7.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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