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김영화(63)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2019.1.26. 매경 外

하늘나라 -2- 2019. 1. 27. 17:31



`유쾌하고 적나라한` 성교육으로 성범죄 없는 세상 꿈꾸는 김영화 소아정신과 전문의



핀란드, 14세되면 국가서 `콘돔 꾸러미` 선물
韓은 여전히 민망한 性…성범죄 불러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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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성교육은 이를수록 좋고 적나라할수록 좋습니다." 김영화 원장이 진료실에서 청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성범죄 예방을 위해 조기 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성(性).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딘가 쑥스러운 단어다. 그러나 그만큼 흥미가 당기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성을 잘 아는 듯이 얘기하지만, 각자가 알고 있는 성에 대한 지식은 다른 경우가 많다.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는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당당히 말하기에는 어색해 뭉뚱그리는 와중에 성교육은 현실성을 잃고 성문제는 늘 사회적 사건의 중심에 선다. 성교육 전문가인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성교육은 적나라할수록 좋다고 주장해 온 그에게서 한국 성교육의 잘못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의사로서는 드물게 아이들 성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인물이다. 정신과 전문의로, 오랜 시간 소아정신과를 운영하며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봐 온 그의 말이기에 신뢰가 간다.

김 원장은 성범죄가 일어나는 근원에 한국의 성교육 부실이 있다고 진했다.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확실한 성범죄 예방책이라는 것. 김 원장은 성문제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교육은 필수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의사로 일하며 성교육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정신과 전문의가 된 뒤 1991년 미국 유타주에 있는 PCMC(Primary Children`s Medical Center)에서 임상의로 일했다. 미국 서북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아종합병원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소아정신과라는 곳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서울대에만 하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CMC 소아정신병동에서 본 아이들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에서 성폭력을 당하거나 가정에서 학대받아서 온 아이들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게 없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성폭력이라는 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가정 성폭력이 발견되면 부모와 자녀를 분리해 다른 곳으로 입양을 시킨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난 이후부터 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이후 한국에서도 소아를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성폭력 사건이 사회의 공분을 샀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성교육 부재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전부터 연구해 왔던 나에게도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나는 교육자가 아니라 의사다. 그렇다 보니 성교육과는 차이가 조금 있었다. 성 중독이나 섹슈얼 트라우마 등 병리적인 현상에 대해 주로 의견을 내놨다. 그러다 보니 한계가 있는 느낌이었다. 이후 성교육 공부를 하고 책을 썼다.

―한국도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미투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성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다. 특히 남자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아야 할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성범죄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가령 유치원에서 남자 아이가 치마 입은 여자아이에게 `아이스케키`를 한다고 하면 여자애 엄마들이 성추행당했다고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이전에 비해 많이 예민해진 만큼 부모 입장에서도 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바뀐 건 있나.

▷없다. 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다들 공감하는데 여전히 너무 부실하다. 다들 말로는 중요하다 중요하다 한다. 그런데 1년에 10시간 교육하라는 지침조차 지키는 곳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보건교사들이 하는 성교육 수준이 아직 사회적 요구에 많이 못 미친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인 차이 정도에서 그친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토론을 한다든가 해야 하는데 아쉽다. 성교육을 정식 교과로 채택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교육에 대한 학부모들 생각은 어떤가.

▷학부모들이 공부 안 하고 왜 쓸데없는 거 하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는 영혼이 맑은데 왜 섹스 얘기를 하냐. 섹스 섹스 말하다 보면 애들이 더 섹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도 많다.

―성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청소년기에 성적인 경험을 잘못한다면 인생 내내 영향을 미친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를 갖다가 병에 걸리거나 임신하면 인생이 너무 뒤틀어진다. 성교육 목표는 간단하다. 첫째 성범죄를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 둘째 10대 임신이나 성병 감염을 예방하는 것.

―해외 사례는 어떤가?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있나?

▷북유럽 국가들과 독일이 가장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그쪽 국가들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성교육을 시작한다. 중학교 2학년이 성적으로도 가장 활발할 때다.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내용도 많이 다르다. 서로 궁금한 걸 토론하는 형태다. 생식과 관련한 부분도 있지만 내용이 다양하다. 극단적으로는 음란물을 수업시간에 보여주고 이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놀라는 사람도 많겠지만 아주 구체적이다. 어떻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나, 어떤 피임법이 가장 확실한가 등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이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선생님이 대답해주는 형태다. 음란물을 보고 성을 접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성을 접하는 것이다. 이래야 왜곡 없이 성을 배울 수 있다.

―국내 성교육이 답답해 보였겠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역행하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 교육부에서 나눠준 성교육 지침서를 보고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둘이 한 방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답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답은 `한 방에 있지 않도록 한다`였다. 남자와 여자 둘이서 캠핑을 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도 답이 `둘이서 캠핑 가면 안 된다`였다. 교육부 지침서 내용이 이 정도다. 기성세대가 여전히 딱딱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 지침이 욕을 많이 먹었다. 아이들도 비웃는다.

―다른 국가들 사례도 궁금하다.

▷캐나다 성교육 사례를 보면 남자가 여자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포옹과 키스에 이어 섹스하자고 했다. 여자는 그만하자고 했지만 남자아이는 강제로 침대에 눕히려 했다. 이런 건 성추행인가 아닌가? 정답은 성추행이다. 이렇게 교육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한 방에 있지 않는다` 이런 건 정말 답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교육에 관심이 늘어나는 중이다. 유네스코에서도 만든 지침이 있다. 유네스코는 다섯 살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아이들에게 남녀 신체 차이를 알려줘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남자애들이 호기심을 갖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릴 적부터 자기 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손이 성기에 스치며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게 오르가슴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어렸을 때부터 성적 행동에 책임을 지는 교육을 할 수 있다.

―다섯 살이라니, 예상보다 더 빠르다.

▷유네스코 얘기 나오고 난리가 났다. 다섯 살 아이에게 성을 가르치라는데 반발이 있었다. 깨끗하고 순수한 우리 아이에게 성을 얘기해서 영혼을 더럽혔다는 부모 반응도 나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부모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맞는다.

―나이별로 어떻게 해야 할까.

▷유치원에서부터 민감한 부위를 쳐다보거나 만지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은 성적으로 잠재기에 해당한다. 아이들이 성적인데 흥미가 조금 떨어진다. 이후 사춘기에 접어들면 또 성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난다. 해당 시기에 맞춰 교육해야 한다. 핀란드는 열네 살이 되면 국가에서 성교육 꾸러미를 선물로 준다. 콘돔과 여러 물품이 들어 있는 바구니다. 열네 살 때부터 콘돔을 꼭 가지고 다니라는 메시지다.

―빨리 성교육을 시작하는 게 세계적 트렌드인가.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국이 그런 편이다. 미국에서는 열여섯 살 이전에는 아예 섹스를 하지 말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열여섯 살 이전에 성관계를 갖게 되면 몸 상태가 일찍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나이에 성적인 행동을 하면 뇌가 감당하지 못해 자기 자긍심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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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화 원장은 "성인들도 성에 대해 무지한 건 똑같다"고 말한다. 김 원장이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소아정신과의원에서 자신의 책 표지 사진들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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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터지면 난리치지만 그때뿐…성교육, 필수교육 지정해야



―한국 성교육이 가장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성교육이 필수교과로 지정되는 게 중요하다. 요즘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기는 했다. 하지만 성범죄 같은 게 터지면 부글부글 난리가 나다가도 지나가면 관심이 싹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필수교육으로 지정해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특히 문제인데.

▷아이들이 성적인 것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는 체육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체육 활동을 통해 성적인 욕구도 해소되고 정신적인 긴장도 해소되는 등 장점이 매우 많다. 그런데 체육 교육을 늘리자고 해도 부모들이 못 하게 한다. 사춘기 뇌 발달에 운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평소 성교육은 적나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편견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고 정확히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나라하게 얘기해야 한다. 가령 자위는 몸에 해롭지 않다거나, 일반적으로 첫 성교로부터 오르가슴 느끼기까지는 2~3년이 걸린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야 성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되고 왜곡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성교육을 받지 못해 이상 행위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이 있나.

▷예를 들어 옆집에 가서 계속 팬티를 훔쳐 오는 아이가 있었다. 다른 부분을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아이다. 그런데 성적인 충동 조절이 잘 못된 것이다. 왜곡된 대리만족을 해 온 것이다. 성문제는 굉장히 모방성이 강하다. 범죄 프로그램이나 야동에 나오는 사례를 보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 성을 배워야 한다.

―몰래카메라 문제도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요새 남학생들이 여자 화장실에 가서 몰카를 찍다 걸려서 오는 경우도 많다. 부모는 우리 애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경찰이 카메라를 뒤져보니까 그동안 찍은 사진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몰카 범죄는 음란물 중독에서 시작되는 범죄다. 아이들도 음란물을 몇 년 동안 계속 보면 재미가 없다. 스토리도 똑같고, 가짜 같고. 그러다 몰카 사이트에 들어가서 또 재밌게 본다. 그러다 직접 해 보겠다는 식으로 나아가는 거다. 몰카는 중독이자 범죄다. 이거 심각한 건데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성문제로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많나.

부모들이 자녀가 자위를 너무 많이 한다며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 중·고등학생은 문을 잠그고 하지만 초등학생은 주로 밖에서 드러내놓고 한다. 지나치게 하면 중독이라고 봐야 한다. 한 살짜리 애가 하루 종일 자위만 하고 놀았다. 무슨 짓을 해도 계속한다 이런 케이스는 중독으로 볼 수 있다. 유아자위는 애착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 어머니에게 애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가르치니 없어졌다.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아이가 유아 자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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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자위는 나이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유아자위의 원인이 애착이라면 초등학생은 정말로 심심해서 하는 거다. 청소년까지 넘어가면 성적인 호기심으로 자위하는 경우가 많다. 성교육에 자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 손을 씻고 해야 한다,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교육을 드러내놓고 시켜야 한다.

―성평등 교육도 중요하지 않나.

▷성교육이 곧 성평등 교육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 세계 15개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인 성역할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는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신체폭력, 성폭력, 조혼, 에이즈 위험이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열 살 정도가 되면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아이들 머리에 고정관념이 생긴다. 문제다.

―범죄와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나.

▷여자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성폭력을 당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많다. 사회가 참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남자도 고정관념의 피해자다.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 사회는 강한 남자를 원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약을 먹으며 강한 척하고, 잘 안 되면 우울해져서 자살한다. 이처럼 사회의 고정된 성역할과 병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범죄자를 보면 대개 자존감이 없거나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 많다. 남성의 경우 사회에서의 남성적인 역할에 대해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성폭력으로 이를 해소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성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문제가 더욱 심했겠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 집에서 뼈를 묻어야 하고, 살림만 해야 하고, 남편 뜻을 잘 받아주는 여자가 좋은 여자라는 인식이 사회에 많지 않았나. 좋은 남편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운이 나빠 폭력적인 사람을 만나도 참고 살라는 거다. 이런 사회인식이 폭력을 더욱 심해지게 만든 측면이 있다. 한국 사회에 이런 여성에 대한 하대가 오랫동안 쌓여 있다 보니 짧은 치마 입은 여자에게도 성범죄에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자신은 성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인도 무지한 건 똑같다. 섹스라는 게 서로 좋기 위해 해야 한다. 상대가 좋으면 나도 좋고. 이렇게 서로 배려하는 건데 그런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느냐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떤 남자들은 직장에서 자기가 음담패설을 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쁜데, 그게 기분 나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잘못을 지적하면 같이 웃자고 한 이야기라며 반박한다. 한국 성인들은 이런 성적인 인지감수성이 많이 떨어진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단순한 인식도 따지고 보면 성적 인지감수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무지한 생각일 수 있다.

―여전히 성교육을 민망해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걸로 본다. 굳이 공개적으로 다뤄서도 안 되고, 드러낼수록 창피한 거라는 의식이 많다. 미투 운동 이후 최근 1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필요성은 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을 학교에서 진행해야 성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교에서 성교육이 되어야 궁극적으로 성인 성범죄도 막을 수 있다.

―여성으로서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 왔다. 불편한 시선을 받은 적은 없나.

나는 정신과 의사다. 성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쉽게 본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서워하지 않았을까(웃음).

―자녀들의 성교육은 어떻게 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역시 자식 성교육은 잘 못한 듯하다.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의사를 직업으로 택한 계기도 따로 있나.

▷아버지가 매우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언니가 여러 명 있다. 아버지는 언니들을 대학에 보내며 가정학과를 가게 해서 졸업하는 대로 바로 결혼을 시켰다. 나는 막내였다. 언니들의 모습을 보며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서 주체성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남녀 차별이 가장 없는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의사를 택했다. 문과를 다니다 이과로 방향을 틀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나는 항상, 뭐든지 배우려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평생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다음 책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 공황장애 환자가 너무 많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공황장애를 컨트롤하는 방안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너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형태로 집필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 김영화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이다.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1년에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91년 미국 유타주 PCMC(Primary Children`s Medical Center)와 유타주립대학에서 임상의로 일하던 중 아동 학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고 소아정신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정신과 전임의를 수료하고 24년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성교육`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건강` 등 저서 9권을 냈다.

[정희영 기자]





[저자 심층인터뷰] 김영화 원장의 '엄마로 살기가 힘들 때 읽는 책'

게시일: 2018. 1. 9.

이 책은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양육의 지혜를 다룬 자녀교육서다. 23년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온 필자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책에 모두 담아냈다. 저자는 완벽하고 헌신적인 ‘최고의 모범 엄마’가 되려는 마음이 육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고의 엄마가 아니라 편안하고 따뜻한 엄마, 행복한 엄마라고 충고한다. 엄마가 우울하면 아이도 불안함과 우울함을 느끼기 때문에 엄마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먼저 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아이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하기 앞서 엄마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코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엄마공부’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