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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감원 대신 동행… 착한 아파트 늘고 있다-2017.4.6.중앙 外

하늘나라 -2- 2017. 4. 7. 21:02




경비원 감원 대신 동행 … 착한 아파트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의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주민들이 관리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경비 인력을 줄이지 않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의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주민들이 관리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경비 인력을 줄이지 않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비원 김홍배(69)씨10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직장을 잃는 경비원들이 부지기수였지만 그는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경비원들의 임금 상승 부담을 주민들이 관리비를 절약해 흡수한 덕분이다.
 


무인 시스템, 주민 대자보로 막고
전기료 등 아껴 고용 유지, 복지 개선


계약 땐 ‘갑·을’ 대신 ‘동·행’으로
동의 없인 해고 불가’ 규정 신설도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지하주차장 형광등 1600개를 전기료가 적게 나오는 LED(발광다이오드)등으로 교체해 매월 관리비 500만원 정도를 줄였다. 절약한 돈의 일부는 경비원들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 쓰였다. 이곳 경비원 17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이다. 김씨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아파트를 나가려고 하는 경비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지난 3일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설명하기 위한 방청회를 열려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아파트는 앞서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을 전제로 재직 중인 경비 28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이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경비원 해고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대자보를 써 붙였다. 수십 장의 대자보가 릴레이 식으로 붙자 무인 경비 시스템 도입 계획은 사실상 철회됐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중에 경비원들의 고용을 지키자고 하는 분이 많으니 입주자 대표들도 이런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현대6차아파트에서도 지난해 7월 경비 초소 하나를 줄이는 의견이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과했으나 주민들이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곳 주민 김형천(43)씨는 “아이들이 밤늦게 돌아와도 자리를 지켜주는 경비원 아저씨를 보면 안심이 된다”며 “기계가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아랫사람처럼 다루는 인식 바꾸기 운동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주민 대표들은 2012년부터 경비 고용 업체와 계약을 할 때 ‘주민의 동의 없이는 경비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민간 위탁 업체가 경비원을 대량 해고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위탁 업계에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경비원의 근로 기간이 1년이 되기 전 해고하는 관행이 굳어져 왔었다. 올 2월부터는 아예 주민들이 경비원의 퇴직금을 직접 지급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경비원 주종권(64)씨는 “짧은 기간 여러 아파트를 가야 하는 다른 곳 경비와 달리 한곳에 오래 있다 보니 주민 모두가 가족처럼 느껴져 세심하게 돌본다”며 웃었다.
 
이와 같이 주민들이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려고 나서는 ‘착한 아파트’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경비원을 아랫사람처럼 다루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114개 중 48개 단지경비원 위탁 계약에서 계약 관계를 나타내는 ‘갑(甲)’과 ‘을(乙)’을 각각 ‘동(同)’과 ‘행(行)’으로 바꿔 사용한다. 수직관계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의미다. 처음 시도는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이런 노력은 공공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성북구청은 2015년부터 공공계약을 맺을 때 ‘동·행’이란 표현을 계약서에 넣는다. 종로구청도 지난해 1월부터 ‘’과 ‘’ 대신 ‘명(名)’과 ‘품(品)이라고 적시한다. 이 구청은 2014년 서울시 지침에 따라 공공계약서상에 ‘’ ‘’ 대신 ‘발주기관’ ‘계약상대자’로 사용했으나 좀 더 적극적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용어를 연구했다. 모두 민관이 대등한 동반자로서 행정 업무를 꾸려 나간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근로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주택 관리비 연구단체인 에너지나눔연구소가 최근 서울 지역 1993개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 여건을 분석한 결과 2015~2016년 최저임금은 8.1% 인상된 반면 경비비 인상률은 그 절반 수준인 평균 4% 오르는 데 그쳤다.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휴게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임금 인상 관련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 정희정 소장은 “휴게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관리비를 적게 지출하기 위한 꼼수다. 휴게 시간에도 경비원들은 사실상 민원·방범 등 업무를 처리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경비원은 슈퍼맨?  

게시일: 2017. 4. 3.

무섭게 다가와 경비원의 몸을 밀치는 입주민, 출입구에서 비켜달라는 말이 불쾌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녹취 "늙은이가 귀도 먹었다는 둥 눈도 먹었다는 둥..."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을 제지하자, 곧바로 담뱃불을 얼굴에 갖다 댑니다.

교복을 입은 어린 여학생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경비원,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해도, 재계약 걱정에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어떻게든 근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수모를 참고 견디는 거죠..."

죄지은 듯 고개 숙여 밥을 먹고, 경비부터 청소, 택배 운반에 주차 대행까지.

'슈퍼맨'이 돼야 견딜 수 있는 24시간 5분 대기조의 삶, 아파트 경비원의 현주소입니다.

'아파트 공화국'.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빗댄 표현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보다 더 자주 만나고 여러 도움을 받게 되는 사람, 바로 경비원인데요.

하지만 갑질과 폭행, 갑작스런 해고 등 경비원과 관련된 논란들은 지금도 곳곳에서 들려 옵니다.

많이 바꼈다곤 하지만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 경비원들은 지금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시간.

녹취 "갈게요. (수고하셨어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상열씨의 긴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도 다시 시작된 전쟁같은 출근 시간.

주차 공간이 부족해 빠듯하게 이중 주차를 해야 하는 이 아파트 경비원들에겐 가장 진땀 나는 시간입니다.

쉴새 없이 주차장을 오가며 주차한 차를 빼고 다른 자리에 주차하기를 수차례, 바쁘게 몸을 움직여 보지만 인사 대신 오히려 심한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인터뷰 박상열(아파트 경비원) : "저희는 순찰 돌고 주위 청소하고 이런 것이 주 업무지 주차 업무는 별개인데 주민들은 주차 업무를 주 업무로 생각하고 조금만 늦어도 막 야단을 치고 저도 나이가 환갑입니다. 환갑인데 그 애들 나무라듯이 막 꾸짖고..."

주민 차량은 대부분 고가의 수입차, 한 번도 운전해본 적 없는 차량과 매일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열(아파트 경비원) : "백미러를 저희가 펼 줄도 몰라요. 백미러가 다 달라서 일반 국산차하고 달라서, (주차)하다 보면 큰 사고가 나는 거예요."

결국 박씨의 20년 무사고 기록은 최근 깨졌습니다.

주차를 하다 범퍼를 긁혔는데, 수리비로 400만 원을 물어줬습니다.

박씨 급여의 두 배가 넘는 돈입니다.

이 아파트에선 박 씨 처럼 주차를 하다 사고가 나 수리비를 물어준 경비원이 십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박상열(아파트 경비원) : "봐준다고 봐준게 뭐냐 하면 월 10만원씩 갚아라 20개월동안 그래서 사고가 작년 12월에 났는데 그 친구는 다달이 월급 받으면 10만원 씩 그 집에 갚고 있어요."

주차 전쟁이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됩니다.

경비와 순찰, 청소에 택배 업무까지.

기본적인 다른 일도 소홀히 할 수도 없습니다.

다시 전쟁 같은 저녁 퇴근시간, 입주민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보니, 주차 마감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법정 휴게 시간인 밤 12시 이후에도 대부분 근무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박상열(아파트 경비원) : "이건 휴게 시간이 월급(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한 휴게시간이지 일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고 12시가 넘어서도 근무를 안하고 초소를 떠나서 휴게실에서 쉬는게 아니고 초소에서..."

마지막 차를 주차하면, 주민이 맡겨 놓은 자동차 열쇠로 서랍이 가득 찹니다.

새벽이 돼서야 겨우 초소 한편에 마련된 간이 침대에서 다리를 펼 수 있지만 밤사이 차를 이동해야 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겉옷도 벗지 못한 채 근무 대기 상태를 이어갑니다.

인터뷰 박상열(아파트 경비원) : "어떤 분은 새벽에 세시, 네시에도 차를 빼 달라고 요구가 들어왔을 때... 군대로 말하면 5분 대기조같이 신발 벗는 것 까진 허용이 되지, 양말, 제복을 벗고 수면을 취하면 안되는 거예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