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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도 못해요” 환경미화원 - 2016.12.11. kbs 外

하늘나라 -2- 2016. 12. 12. 20:39



“샤워도 못해요”

게시일: 2016. 12. 11.

가정에서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밤이면 이렇게 거리를 도는 수거차량과 미화원을 마주쳐 본 경험 있으실텐데요.

음식물이나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미화원들은 구청이나 자치단체 소속이 아닌 대부분 대행업체 소속의 계약직 신분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일 밤 서울의 거리를 치우고 있는 계약직 미화원들의 작업을 따라가봤습니다.

환경미화원 이태성 씨의 출근 시간은 겨울 해가 모두 넘어간 저녁 6시 무렵입니다.

이 씨의 업무는 골목에 세워뒀던 전동수레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수거차량이 들어가긴 좁은 골목.

집집마다 문 앞에 내놓는 음식물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를 모아내는 것이 전동수레의 역할입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옛날에는 차들이 조그만 차 가지고 갈 때는 다 들어갔는데 지금은 대형차 가지고 가니까 골목에 이런 골목에 못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걸로 다 실어날라야 돼요."

모아온 쓰레기를 다시 수거차량이 다니는 길가에 내려놓는 이 씨.

골목을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수레는 쓰레기 봉투로 가득합니다.

가정에서 내놓는 쓰레기 양에서도 불경기를 느낄 수 있다고 이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덜 먹고 덜 쓰고 그래서 그런 걸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경기가 안 좋으니까. 돈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덜 먹으니까."

녹취 "쓰레기 무단으로 막 버리고, 조개껍질은 쓰레기로 들어가야 되는데 이거는 짬뽕이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뒤범벅이 된 탓에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각각 다른 수거 차량에 실으려면 봉투를 다시 열어 음식물을 일일이 분리해야 합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쓰레기가 많이 있으면 쓰레기 쪽에다가 놓고, 음식물이 많이 있으면 음식물에다가 놓고, 어지간한 건 분리하고......"

길가로 모은 쓰레기를 수거 차량에 싣고 있습니다.

이맘때쯤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집을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백학선(수거차량 기사) : "게 딱지. 이게 찌르면 한참 가요. 아파 가지고. (한 4일씩 5일씩) 모르고 딱 잡으면 그냥 찔리는 거예요."

미화원들은 흔히 '목장갑'이라고 부르는 장갑 한 켤레만을 끼고 일합니다.

장갑을 여러 벌 끼거나 두꺼운 장갑을 쓰면 다치는 일이 줄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둔해서 못 집어요. 둔해서. 두 개 끼면 이게 안돼 둔해가지고. 음식물이 안 잡혀요."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하고 배출하도록 돼 있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미화원들은 봉투에서 나온 물기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차량에 봉투를 싣다보면 장갑은 모두 젖고, 작업복 여기저기에 물기가 튑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몸에도 튀고 그러시죠?) 그럼요 여기 입으로도 튀고 눈으로도 튀고 그러죠."

손이나 몸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여간 고생이 아닙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꺼낼 때도 우리가 팍하면 겨울에, 물이 그냥 탁하면 장갑이 다 젖어버려. 그러면 손이 시렵죠. 그럴 때가 가장 어렵죠."

미화원들이 수거작업을 하는 동안 차량 뒷편에서 물을 뿌리고 있는 백학선 씨는 수거차량 운전기사입니다

수거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를 물로 닦아내는 겁니다.

인터뷰 백학선(수거차량 운전기사) : "뒤에 오수가 흐르니까 일단 오수를 처리해야지만 주민들한테 또, 어차피 우리가 주민들한테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치우니는 거니까..."

차량 운전이 주업무지만 부족한 일손 탓에 쓰레기를 싣는 작업을 함께 할 때가 많습니다.

백 씨 같은 운전기사 역시 미화원들과 마찬가지로 계약직입니다.

구청에 소속된 정규직 미화원은 재활용 쓰레기와 대형 폐기물 수거, 계약직은 음식물과 종량제 쓰레기 수거로 업무가 나뉘어 있습니다.



<인터뷰> 백학선(수거차량 기사) : "(정규직 분들은 음식물 쓰레기 안 하시는거죠?) 그 사람들은 음식물은 안 해요. 재활용만 하죠. 우리가 쓰레기 하고 음식물은 우리가 주로 처리를 다 하죠."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

웃옷을 벗은 이태성 씨가 수거차량에 오릅니다.

<녹취> "밥 먹으러 갑니다."

인근의 한 기사식당.

식당 한 켠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동료들과 함께 자리에 앉은 이 씨.

일을 시작한 지 6시간 동안 내내 서서 작업을 하다가 처음 자리에 앉았습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가장 즐거운 시간이죠. (일하다 드시면 맛도 좋으시겠어요?) 그럼요. 아휴, 간절하죠. 배가 고픈데 이거 먹고 나면 기운이 나니까..."

현재 이씨가 속한 직장에서는 매일 5천 원 밥값을 지원해 줍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미화원들에게 식대를 지원해주는 용역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그전에 내가 예전 회사에 있을 때에는 밥 한 끼 못 얻어 먹어봤어요. 근데 여기 오니까 너무 좋은거야. '밥도 주네' 행복한거야 그거 한 가지만이라도. 다른 회사 안주는데 우리 회사 주니까 얼마나 감사해요. 그러니까 일 열심히 해야지."

짧은 식사를 마친 이 씨가 이번엔 트럭 뒤에 올라탑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일반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

<녹취> "한번만 밀어줘."

대형 봉투는 차량 위에 따로 모으고, 작업 도중 길에 떨어진 쓰레기도 따로 치웁니다.

압축기가 돌아가는 수거차량에 매달려 다니려면 늘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여기 파편에서 유리 같은 거 파편이 팍 튈 때도 있고 그래요. 가득 차면 압축이 될 때 튄다고......"

이렇게 수거를 마친 차량은 구청이 운영하는 중간 집하장으로 향합니다.

집하장 한 켠에 있는 미화원 휴게실.

<녹취> "물도 안 들어와요. 물도 안 나와."

세면장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냄새 나는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다보니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도 눈치가 보입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그러니 차 안 끌고 다니겠어요. 세수할 때도 없고..."

그런데 바로 옆 건물에 또다른 세면장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여기는 깨끗하잖아, 훈훈해. 난방이 들어와가지고......"

이 깔끔한 세면장은 이 씨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구청 소속의 이른바 정규직 미화원들을 위한 곳이라 이 씨 같은 대행업체 소속 미화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세면장을 쓰게해달라고 구청에 요청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여기는 구청에서 쓰자고 그래도 안된대요. 우리가 그 얘기도 제안도 해봤다고, (근무시간이) 겹치지도 않는데..."

<녹취> "와, 물 쎄다. 따뜻한 물. (샤워 딱 하시면 피로도 좀) 네, 얼마나 좋아요. 겨울에 따뜻하니......"

이 씨는 손도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집으로 향합니다.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5천 명 정도.

이 가운데 이태성 씨처럼 대행업체 소속으로 음식물이나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계약직 미화원은 3천 명 정도입니다.

자치단체와 민간연구소가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계약직 미화원 대부분은 세면실이나 휴게 시설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규연(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실태조사 참여) : "공원에 있는 수돗물 설치돼 있는 것들이랑 공공시설이라든지 아니면 자주 방문하시는 단골 가게에서 해결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그런 시설이라도 확보가 된 분들이 전체 1/3 이하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오전, 이태성 씨가 시내버스에서 내려 어딘가로 향합니다.

이 씨의 손에 들린 건 1인 시위팻말.

미화원들의 식대를 챙겨달라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우리 회사는 식대를 이미 주죠. 근데 아직까지는 다 안 주는 회사가 있으니까 줄 때까지, 전체 회사가 다 줄 때까지는 1인 시위 할 겁니다. 같은 동료들인데 동료들이 피곤하죠. 나도 피곤한데 나도 하기 싫은데누가 하겠어요."

하루 식대 5천 원이 아쉬운 미화원들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총 금액이 제가 받는 금액이 세금 빼고 220만 원 받습니다, 220만 원. 그것도 많이 오른 거예요. 140만 원부터 해가지고..."

구청 소속의 정규직 미화원보다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 정도 적은 액수입니다.

주 6일 야간 근무를 하면서 설과 추석 명절에만 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국경일, 기념일은요?) 아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런 날 전혀 못 쉬시는 거예요?) 네, 또 쉬면 그만큼 우리가 또 그 일을 해야 되니까. 쉬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 골목을 누비는 보이지 않는 손.

쉽지 않은 작업 여건에 손 씻을 곳조차 찾기 어려운 환경.

이태성 씨는 보이지 않는 손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작은 위로가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태성(환경미화원) : "나도 옛날에 가게 운영할 때 이런 사람들 어떻게 살았는지 신경을 안 썼어요. 근데 누가 이렇게 가게에서 고맙다고 여름에 음료수라도 주고 그러면 굉장히 고맙더라고. 나도 옛날에 가게했을 때 왜 그런 걸 미화원들한테 안해줬을까..."





12/11 KBS 보도 <환경미화원 일일 근무현황 취재(“샤워 못해요”)> 관련 서울시 입장 설명드립니다. 서울시는 현장실태조사등 환경미화원의 처우개선에 대해 자치구와 협의하여 조치할 계획입니다▶설명보기 : https://t.co/WaEl4g3f75
6시간전

12/11 KBS 보도 <환경미화원 일일 근무현황 취재(“샤워도 못해요”)> 관련 서울시 입장 설명드립니다.

○ 방송에 출연한 대행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이태성씨는 비정규직 (계약직)이 아니고 관악구 대행업체 ㈜평아건업에 2013. 10. 23. 채용된 정규직입니다.
- 환경미화원은 총 5,413명으로 구청 소속 직영 미화원이 2,411명, 대행업체 소속 미화원이 3,002명 근무하고 있습니다.

- 대행업체 미화원 3,002명 중 2,957명은 정규직이고 45명은촉탁계약직(60세 이상이며 1년 이내 기간 계약 근로자)이나 촉탁계약직의 경우에도 정규직과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이 유사한 수준입니다.
○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에게는 환경부 고시 기준에 의거 1일 7,000원의 식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나, 114개 업체 중 16개 업체는 지급하고 있지 않으며 57개 업체는 7,000원 미만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는 대행업체가 규정을 준수토록 자치구에 협조 요청한 바 있습니다.(2016. 11. 28.)
※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환경부 고시)

○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을 위한 휴게시설은 자치구와 대행업체별로 갖추고 있으며 총 126개소입니다(2015년말 기준).
- 방송된 휴게시설은 관악구에서 2011년 5월 설치하였고 현재 3개 용역업체가 사용중이었으나 샤워시설 등이 고장나 개선공사 중에 있으며 2016년 12월 23일 공사완료 예정입니다.
※ 구청장이 대행업체 수집운반 대행 계약시 샤워실이나 휴게실을 갖추도록 조건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 2015년 6월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환경미화원 휴게시설 가이드라인”(15.6월) 제작하여 자치구에 시달하였으며,
향후 휴게시설 등 현장 실태조사 후 환경미화원의 처우개선 등 사안에 대해 자치구와 협의하여 조치할 계획입니다





권용선(52) 강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 2012.1.12.조선  http://blog.daum.net/chang4624/4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