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권영진(54) 대구시장 '신공항' - 2016.6.27. 조선 外

하늘나라 -2- 2016. 7. 1. 23:37



['박근혜 대통령 정치적 고향' 의 반란… 권영진 대구시장(上)]


"地方에도 사람이 살고 꿈이 있다… 우리는 몸부림치는 중"
 


동대구역에 내려 택시 승강대로 가니 땡볕에 빈 택시 줄이 150m 이상 늘어서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던 이 '보수(保守)'의 도시에서 "대통령이 우리를 배신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기서 박 대통령 부정평가가 52%까지 나온 것도 처음이다.


권영진(54) 대구시장을 만났을 때 그는 유권자에게 유세하듯 말을 쏟아냈다.


"GRDP(지역내총생산) 조사를 시작한 뒤로 대구는 전국에서 쭉 꼴찌다. 대기업 하나, 앵커기업(선도기업) 하나 없다. 2003년부터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금 249만명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인구 중 60%가 20, 30대다. 이런데 신공항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결정되자 대구 시민들의 울분과 좌절감이 컸다."

권영진 시장은 “울분의 폭발만이 답은 아니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중앙 언론도 지방의 아픔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아
PK·TK가 싸운다는 식으로
신공항 문제를 보는 건 억울



권영진 시장

           

―당초 성패를 어떻게 예상했나?

"통합 신공항은 밀양이 된다고 믿었다. 절충안이 나와도 김해공항을 존치하는 밀양 신공항이 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수차례 '김해공항 확장은 안 된다'는 정부 연구용역이 나온 마당에, 김해공항을 대안으로 내놓을 줄 정말 꿈도 꾸지 못했다."


―용역 결과를 발표한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의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기존 공항도 검토 대상임을 해당 지자체에 알렸다"고 말했는데?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 그 누구도 들은 적 없다. 그동안 국토부의 자문회의에 참석한 이들에게 확인해보니 '딱 한 번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왜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 났다고 보나?

"당초 경제적·기술적 검토만 한다고 했다. 영남권의 미래를 담아낼 수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하는데, ADPi 측이 '법적·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했을 때 그 순간 '이건 정치적 결정이구나' 여겼다."

―PK와 TK가 서로 '불복'과 '민란(民亂)'까지 꺼내든 상황에, 김해공항 확장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중앙에서는 자꾸 'PK와 TK의 대결' '영남권 분열'이라고 하지만, 작년 1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이 '외국의 최고 전문기관에 평가를 일임하고 과도한 유치 경쟁을 금지하자'고 신사협정을 맺은 뒤로, 지난 총선 때까지 대구에서는 집회 한번 없었고 유치 현수막도 안 걸렸다."


―막판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불복 선언' '가덕도가 안 되면 사퇴'라며 먼저 협정을 깼는데?

"그가 깬 것은 맞다. 하지만 부산 정치권이 먼저 총선에서 들고나왔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에서 5석을 만들어주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라고 공언). 부산시장으로서는 잠자코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부산시장 출마 공약으로 '가덕도가 안 되면 시장이 돼도 사퇴하겠다'고 했기에 목맬 수밖에 없었다."


―이런 폭발 직전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결정났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밀양을 밀었던 4개 시·도 단체장(경북·경남·대구·울산)끼리 '가덕도로 결정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이 나온 적 있었다. 그때 '용역 결과가 그렇게 나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들 했다. 물론 입지 조건과 경제성으로 밀양이 낫다고 우리는 믿었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에도 백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다.

"백 가지가 아니라 천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외부 전문 용역기관에 맡기자고 했으면 지켜야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한 인물·인맥 검색
권영진 대구시장. /이태경 기자

―가덕도로 낙점됐으면 대구에서 정말 승복했을까?

"반발했겠지. 당초 우리는 '밀양이든 어디든 영남 각 지역에서 한 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신공항이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해줄 수 있으면 가덕도가 돼도 상관없지만, 그럴 경우 도로와 교통망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반대로 밀양이 됐다면 부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것 같나?

"극렬하게 반대했겠지. 하지만 국가정책 결정이 특정 지역·세력의 정치적 외압에 밀려서야 되겠나.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반대쪽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설득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보나?

"반대에 안 부딪히는 국책사업이 있었나. 전신주 하나를 세워도 심각한 갈등이 있다. 반대편을 설득하고 받아들이도록 조정해야지, 갈등이 무서워 정책 결정을 피해서는 안 된다." <下편에 계속>




<上편에서 계속>

―부산과 대구가 서로 가까운 거리의 신공항 유치를 다툰 셈이다. 1시간 이내 신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요령부득이다. 서울 중심인 광화문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 15분, 서울 강남에서는 1시간 반 이상 걸린다.

"영남권 전체 신공항이 아니라 '안방 공항'을 만들려고 한 쪽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밀양 신공항 예정지까지 50㎞다. 오히려 대구에서는 7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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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앞에서 영남권신공항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해공항 확장안'
처음부터 가능했으면
10년 허송세월 안 했고
피 튀기게 싸울 이유 없었다


권영진 시장

           

―대구에서 김해공항까지 1시간 10분 거리다. 교통망을 개선하면 45분이라고 들았다. 김해공항은 행정구역으로는 부산시 강서구로 포함돼 있다. 김해공항 확장이 위치상 양쪽의 조정안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부산도 김해공항에 반대하는데 어떻게 조정안이라고 할 수 있나. 지난 정부기관 용역에서 여러 차례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 결론이 나와 신공항 건설이 추진됐다. 밀양·가덕도를 포함해 35개 후보지가 검토됐다. 거기에는 김해가 없었다. 지금껏 '김해공항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논의됐는데, 이제 와서 된다고 하니 무슨 '미다스 손'인가. 처음부터 '김해공항 확장안'이 얘기됐으면, 10년간 허송세월 안 했고 피 튀기게 싸울 이유도 없었다."


―활주로를 40도 틀어 건설하면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부산과 대구 이해당사자들은 모두 불만일지 모르나, 김해공항 확장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싶다.

"3200m 활주로를 40도 틀어 새롭게 놓으면 유럽과 미주 장거리 노선까지 가능하며, 연간 4000만명의 영남권 항공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지난 정부에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을 가능하다고 하니 지난 정부는 무능하고 현 정부가 유능한 건가. 프랑스 용역업체의 전문가만 유능한 건가. 과연 그런지 검증을 해볼 참이다."


―부산과 같이 검증할 것인가?

"원하면 같이 할 수 있지만, 부산은 가덕도가 안 된 부분을 검증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가 아니라 '김해 신공항'이라고 정의했는데?

"대구 시민들은 '김해는 구(舊)공항'이라고 말한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태경 기자

―신공항 용역 발표 전에는 부산이 시끄러웠고, 발표 뒤에는 대구의 반발이 더 세다. 불복 선언도 생각하는가?

"밀양 신공항을 앞장서 추진해왔던 사람들은 격앙돼 있다. 원점으로 돌아왔으니 10년간 우롱당한 기분이지 않겠나. 하지만 대구시장으로서 이들의 울분을 추슬러야 할 입장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대구의 살길을 모색해야지, 폭발하는 것만 답이 아니라고 설득하고 있다."


―TK 지역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을 배신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걸 '배신'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

"대구 사람들 마음에는 '우리가 대통령 만들려고 얼마나 애썼나. 80% 이상 지지율을 보여줬으니 대통령은 애정을 갖고 우리를 잘 해주지 않겠느냐'는 게 있었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됐을 때 부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됐을때 호남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시민들의 이런 기대가 잘못됐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이곳 출신은 많아도 지역 발전을 위해 해준 게 없었다. 그런 박탈감을 갖고 있다. 이번에 또 이렇게 되니, 속된 말로 '늘 찍어주니 우리를 호구로 보느냐'는 거다."


―신공항 용역 발표 다음 날 매일신문은 1면을 백지(白紙)로 냈다. 기분은 이해하지만, 지역 여론을 이끌어가는 위치에서 이렇게 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서병수 부산시장은 "360만 부산 시민을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는데, 박탈감은 대구 쪽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의 눈에는 부산 시민만 보이는가 싶었다.

"언론사마다 방침이 있지만 좀 과했다고 본다. 하지만 중앙 언론도 지방의 아픔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았다. 중앙에서 보는 시각과 이 안에서 살면서 보는 시각이 다르다. 영남 안에서 PK와 TK가 싸운다는 식으로만 신공항 문제를 보는 것은 억울하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꿈이 있다. 이를 해결할 여건과 방법은 너무 열악하다. 지방은 발버둥을 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벌여 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구에 한정해 질문하겠다. 대구 출신 정치인들은 '밀양 신공항만이 대구의 살길'이라며 장밋빛 환상을 부풀린다. 밀양 신공항이 정말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나?

"신공항만으로 해결은 안 된다. 다만 하나의 계기는 되고 지방이 처한 근본적인 한계를 조금씩 열어줄 것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남부권 경제공동체가 필요하고, 신공항은 중심축이 된다."


―밀양 신공항이 생겼다면 구체적으로 대구에 어떤 혜택이 있는가?

"영남권 지역 공항에는 미주·유럽 노선이 없다.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6시간 전에 대구 집을 나와야 한다. 영남권 전체 항공 수요의 48%가 인천공항으로 간다 (대구· 경북은 57%). 항공 화물은 96%다.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지방은 물류 경쟁에서 이렇게 뒤떨어져 있다.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런 여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으면 투자 대비 경제성 등을 안 따질 수 없다. 과거에 다른 지역 공항을 지을 때도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현재 지역 공항의 경우 '고추나 말리고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KTX와의 경쟁에서 대부분 죽었다. 심지어 여수와 광양, 순천 공단을 끼고 있는 여수공항조차 그렇다.

"국내선 위주의 지역 공항이 죽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은 해외 노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연 해외 물류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어날지, 연간 4000만명의 수요(2046년 기준)가 있을지…?

"전문 용역기관에서 그렇게 예측한 것이다. '좁은 땅에 인천공항 하나면 됐지, 몇 조원대 국민 세금을 퍼부어 무슨 신공항이냐'고들 말한다. 마치 '너희는 그렇게 살다가 죽어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동안 중앙집권적 발전 전략만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지방의 힘에서 나온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집회가 열렸다.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권영진(52) 대구시장 - 2014.11.13. 중앙  http://blog.daum.net/chang4624/8118





'김해신공항' 표현까지… 엿새만에 달라진 부산시장

게시일: 2016. 6. 27.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부가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꺼리던 '김해신공항'이란 표현도 사용해서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권영진(55) 대구시장 - 2017.8.1. 동아  http://blog.daum.net/soonchang4623/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