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손예진(34) 영화배우 ‘비밀은 없다’ - 2016.6.27.중앙 外

하늘나라 -2- 2016. 7. 1. 22:50




핏발서린 눈빛, 광기의 모성애…예쁘기만 하던 그녀, 비밀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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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연기변신을 시도한 손예진. 아이를 잃은 정치인 아내 연홍의 역할을 통해서다. “기괴하기까지 한 이번 연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23일 개봉한 스릴러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의 관전 포인트는 손예진(34)의 과감한 연기 변신이다. 그가 연기한 ‘연홍’이라는 인물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신예 정치인(김주혁)의 아내라는 점.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딸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엄마라는 점. 이런 정보로 머릿속에 연홍에 대한 어떤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건 잊어버려도 좋다.


실종 딸 안중없는 정치인의 아내 역
뻔한 역할에 안 갇히려 모든 틀 부숴



손예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연홍을 연기하는 일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틀을 부수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남편의 입신양명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 혹은 아이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엄마. ‘뻔한’ 그 두 역할 사이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오히려 주어진 현실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아내, 폭주하는 모성에 가까웠다. 이번 연기가 결국 ‘∼의 아내’거나 ‘∼의 엄마’면 됐던 이전 연기의 ‘전형성’과 싸워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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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김주혁)과 격하게 부딪치는 연홍 역의 손예진.


손예진은 “촬영 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고 했다. ‘미쓰 홍당무’에서 이경미 감독과 함께 작업한 절친 공효진이 귀띔했단다. 막상 실전은 예상보다 훨씬 혹독했다. 이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거의 매번 손예진이 분석하고 준비해간 것과는 전혀 다른 톤의 연기를 주문했단다. ‘그것도 좋은데 이렇게 한 번 해보라’는 식이었다. 그는 “정작 나 자신은 몰랐는데 주변에서 ‘너 요즘 힘들어 보여’라고 해 ‘아, 정말 내가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하고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희열이 있었다”고 했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감독의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랄까. 처음에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연기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연홍의 대사와 행동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상상하니 점점 역할에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손예진의 연기 변신은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손예진의 광기를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적인 장면이 딸의 생사가 오리무중인데도 유세를 강행하는 남편 종찬(김주혁)에게 연홍이 끓어 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대목이다. 연홍, 아니 손예진은 핏발 서린 눈빛을 하고 “우린 이제 끝났고, 정치고 뭐고 이제 다 필요 없다”고 절규한다.

남편과의 물리적 충돌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면모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연홍의 캐릭터 포스터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손예진, 예쁘고 당찬 게 아니라 두려운 느낌마저 들게 하는 손예진이다.

2002년 ‘연애소설’, 2003년 ‘클래식’ 등 초기작에서 그는 청순한 외모의 로맨스 히로인 이미지를 확실히 했다. 30대 들어서 해를 거듭할수록 연기 폭이 다채로워진다는 평이다. 재난영화 ‘타워’(2012)와 해양 블럭버스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서 출연 장르의 폭을 넓힌 데 이어 이번 영화 ‘비밀은 없다’와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덕혜옹주’(8월 개봉)에서는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 한계치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연기는 할수록 어렵지만 그래도 꾸준히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언젠가 지었을 법한 표정, 말했을 법한 대사를 반복하는 건 재미 없다.”

손예진은 영화판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배우로 통한다. “내가 생각해도 끊임없이 일하긴 했다. 이번이 몇 번째 작품이더라, 열여섯 개까진 센 것 같은데…”라고 말할 정도다. TV 드라마까지 합치면 출연 작품이 스무 편이 넘는다. “내가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신선한 연기가 안 나오는 거 같은데 어떡하지? 나도 내 얼굴이 너무 지겨운데? 혼자 방구석에서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가도 금세 다음 작품을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그게 참 신기하다”고 했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손예진(28) 영화배우 - 2010.4.5.조선  http://blog.daum.net/chang4624/1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