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김영석(91)·양영애(83) 부부 '400억대 고려대 기부'-2018.10.26.동아外

하늘나라 -2- 2018. 10. 25. 21:42




억척 과일장사 老부부의 숨은 뜻… “평생의 땀 400억, 학생들 위해”



고려대 법인 고려중앙학원에 땅-건물 기부한 김영석-양영애 부부


평생 과일장사를 하며 모은 2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25일 고려대학교 법인(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한 김영석(왼쪽), 양영애 씨 부부가 24일 서울 동대문구의 자택의 가족사진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쑥스러워요, 내가 쓰다 남은 돈을 기부한 것뿐인데….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인촌 챔버. 취재진 앞에 선 양영애 씨(83·여)는 부끄럽고 어색하다는 듯 연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날 김영석(91)·양영애 씨 부부는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200억 원 상당의 서울 동대문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기증했다. 노부부가 젊은 시절 과일장사를 하면서 한 푼 두 푼 절약해 모은 재산이다. 앞으로 200억 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 등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역대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한 금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기증식에서 감사패를 받은 양 씨는 남편과 감사패를 번갈아 바라보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김 씨의 눈빛에도 오랜 꿈을 이뤘다는 감격이 스쳐지나갔다. 

본보는 24일 동대문구 소재 부부의 자택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낡은 소파에 사치품 하나 보이지 않는 검소한 거실. 벽 한편에 걸린 단출한 가족사진과 창가에 놓인 화분 옆에서 노부부는 주름이 굵게 팬 양손을 꼭 잡았다.

된장이랑 꽁보리밥만 10년 넘게 먹었지요.” 양 씨가 회고하는 것처럼 부부는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6·25전쟁이 끝난 뒤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결혼했다. 서울 청량리의 무허가 판자촌의 집에서 15년을 살았다. 비가 내릴 때마다 머리맡으로 물이 떨어졌다.


1960년대 초부터 부부는 젖먹이를 등에 업고 리어카로 과일을 떼다 팔았다. 전국에서 과일을 싣고 온 트럭은 오전 1시 가까운 시간에 종로5가의 시장에 도착하곤 했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부부는 매일 통금을 뚫고 청량리부터 종로5가까지 1시간을 걸었다. 품질 좋은 과일을 다른 상인들보다 3, 4시간 먼저 받겠다는 생각에서다. 가는 도중에 경찰에 붙들리기도 했지만 매일같이 나오는 부부의 근면함에 경찰들도 두 손을 들었다.  

부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일했다. 노력은 곧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하루에 10짝 남짓 팔았지만 몇 년 지나자 70~80짝을 가져다 놔도 3시간이면 동이 났다고 한다. 돈이 모이는 대로 저축을 한 끝에 부부는 1976년에 처음으로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살 수 있었다.



주요기사

부부는 티끌도 아꼈다. 새벽에 과일을 받아놓은 뒤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까지 일했다. 그 대가로 아침·점심밥을 그 식당에서 먹었다. 장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종로에서 청량리를 잇는 전차를 탈 수 있었지만 요금 50전을 아끼기 위해 걸어서 왔다. 생일도 여행도 없었다.  

주변 상인들 중에는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돈인데 뭐 그리 억척스레 사느냐”며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부부는 “다 계획이 있어서 그런다”라고 대꾸하곤 했다. 부부가 말한 ‘계획’이 바로 장학금 기부였다. 


우리 아버지가 미워죽겠어요. 나 공부시켜 줬으면 참 잘했을 텐데.”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양 씨에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 대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첫째 아들의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양 씨는 “두 아들에게도 우리가 기부를 한다는 걸 알리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기증식에서 부부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은 어려운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등이 참석해 부부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못 배운 게 평생의 한”…노부부, 고려대 재단에 200억 기부 | 뉴스A  

게시일: 2018. 10. 25.

좋은 인재를 위해 써달라며 학교재단에 2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한 노부부가 있습니다.

한푼 두푼 평생 모은 재산을 죽기 전에 기부할 수 있어 기쁘다는 이 부부를, 정다은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6.25 전쟁 직후, 종로에서 과일장사를 하며 살아온 아흔 한살 김영석 할아버지와 여든 세살 양영애 할머니 부부.

부부는 평생 동안 모은 시가 200억 원 상당의 땅과 상가를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생일도 못 챙길 정도로 바삐 살며 알뜰살뜰 불려 온 재산입니다.

[양영애 / 기부자]
"저 땅이 내 피눈물이나 마찬가지야. 말도 못해요. 저걸 빚으로 사서 갚아야 되니까, 먹는 걸 못 먹어요."

전쟁통에 가진 걸 잃고 맨손으로 가난과 싸운 부부의 지난 세월은 의지와 노력으로 채워 온 나날이었습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단속 경찰관도 싱싱한 과일을 구해 팔려는 부부의 부지런함은 꺾지 못했습니다.

[양영애 / 기부자]
"파출소에서 붙들려요. 그래서 아저씨 나 가난하게 살아서 (종로) 5가에 과일 떼서 팔려고 하는데 좀 봐주세요."

끼니는 틈 날 때 마다 식당 일을 해주고 해결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아이를 업고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했다는 양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교에 못 다닌 게 평생의 한이라고 말합니다.

[양영애 / 기부자]
"배우지를 못해서 학생들한테 기부해서 좋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고려중앙학원 측은 기부자의 의사를 존중해 기부받은 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장학금 조성 등에 쓸 계획입니다.

노부부는 추가 기부 의사도 밝혔습니다.

[양영애 / 기부자]
"먹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죽을 때 가지고 가느냐 그랬어도 내가 기부할 데가 있구나. 그러니까 기뻐요."

채널A 뉴스 정다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