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혀를 끌끌 찰 만한 소리다. ‘아껴야 잘 산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참자’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던 까닭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오늘을 즐기자’는 생각은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2030 세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른바 ‘욜로(YOLO)족’이 대표적이다.
‘욜로’는 영어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삶은 오직 한 번뿐)’의 약자다. 가격보다 자기만족, 미래보다 현재를 우선하는 소비 성향을 뜻한다. 삶을 살찌우는 모험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속성도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욜로’를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꼽았다. 언뜻 미래를 방관한 채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욜로족이 택한 삶의 방식에는 그 나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욜로족 4인의 변론을 들어봤다.
※욜로족과의 인터뷰를 그들이 쓴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서울의 한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이씨의 첫 해외여행은 3년 전 가을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해 대기업으로 이직했지만 불행했다. 문득 ‘나중에 20대를 돌아보면 일한 기억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던지고 적금을 깨 유럽으로 갔다. 주변에선 “후회 할 거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때의 모험이 이씨의 인생관을 바꿨다. 무엇보다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 후 귀국해서는 바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면접관은 “얼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보인다”고 했다.
경남 마산의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강씨는 월급의 20% 정도를 ‘라이언’에 쓴다. 캐릭터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만 해도 1만2000원으로 여느 제품의 두 배 정도다. 하지만 강씨는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좋아하는 물건을 사서 만족하며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씨가 유별난 건 아니다. ‘카카오프렌즈숍’은 2015년 3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분기당 매출이 평균 66% 늘었다.
10평 남짓한 신혼 전셋집 인테리어가 끝났다. 200만원을 들여 벽지와 장판을 새로 했다. 현관문도 갈아 끼웠다. 직접 시트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했다. 반대가 많았다. 시댁은 “왜 남 좋은 일 시켜 주느냐”고 성화였고, 친정도 “그 돈 아껴서 네 집 생기면 꾸미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안 올 신혼생활 아닌가. 남편과 꿈꿨던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여기서 카페놀이도 하고 홈파티도 하면서 2년을 보낼 계획이다.#
경기도의 중소 여행사에서 일하는 김씨의 인생관은 ‘하루를 살더라도 품격 있게 살자’는 것이다. 전셋집 인테리어를 결심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결혼 전 내가 예쁜 가구를 갖고 싶어하면 부모님은 항상 ‘지금 것도 멀쩡한데 왜 새것을 사느냐’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행복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출판사 미호가 2012년, 2015년에 각각 1, 2권을 펴낸 책 『전셋집 인테리어』는 지금까지 5만 부가 팔려나갔다.
서울의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씨는 ‘지금’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타임커머스 앱을 즐겨 찾는다. 예약 없이 당장 호텔을 이용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집에서 쉬지 왜 호텔에 가느냐’는 눈총도 있다. 그러나 ‘돈은 놀고 쉬려고 버는 것’이라는 게 이씨의 노동관이다. 이씨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과도하게 포기하는 건 비합리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2013년 본격 등장한 호텔 타임커머스 앱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거래액 1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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