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금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체납자 가택수색 동행기 - 2016.7.9.중앙外

하늘나라 -2- 2016. 7. 9. 14:32



7억 체납자 장롱에 통장 12개,

매달 100만원 십일조 헌금 봉투




기사 이미지

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경비원이 미리 말을 해줘서 도망가거나 현금을 숨겨버릴 수 있어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체납자 가택수색 동행기



지난달 27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이춘종 징수1팀장이 다급히 말했다. 이어 1~3팀 소속 4명의 조사관이 출입문 경비에게 신분을 밝힌 뒤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날 이들의 첫 방문지는 체납자 김모(51·여)씨의 집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시에 내야 할 지방세 10건(7억3200만원 상당)을 체납하고 제주도로 주민등록을 옮겨놓은 악성 체납자다.

김씨의 집에 들어서자 남편 주모씨가 러닝 차림을 한 채 짜증 섞인 표정으로 징수팀을 맞았다. 징수팀은 부인 김씨의 행적과 납세의지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주씨는 “요즘 아내랑 사이도 안 좋고 우리 집엔 통장이고 돈이고 아무것도 없으니 돌아가라”며 버텼다. 김씨가 운행하는 에쿠스 차량의 행방을 묻자 “버렸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방세기본법 제133조에 의거해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겠습니다.”

징수팀이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제주도에 산다던 김씨가 안방에서 나타났다. 김씨는 고개를 떨군 채 한숨만 푹푹 쉬었다. 장롱과 화장대 등 수납장에서는 양말과 속옷에 숨긴 통장 12개와 500만원권 가계수표, 현금 186만5000원이 나왔다. 또 김씨가 지난해 낸 교회 헌금봉투에는 매달 100만원씩 십일조를 냈다는 기록도 써져 있었다.

하지만 주씨는 “수표는 지인이 잠시 맡겨둔 것이고 현금은 애들 세뱃돈”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방세뿐 아니라 재산세·소득세 등 국세도 49억원 체납 상태다. 이렇게 된 건 남편이 건강식품회사를 하다가 사업이 기울면서 망했는데 회사 명의를 김씨로 해 놨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파트 전세금 8억4000만원은 이미 서초세무서가 지난 4월에 압류했다. 징수팀은 주씨 부부에게 이달 27일까지 1000만원을 납부하고 이후 매달 100만원씩 내겠다는 분납계획서를 받은 뒤 현금 100만원을 압류조치하고는 철수했다.

김씨 담당자인 김영수 조사관(징수3팀)은 “악덕 체납자에게는 무리하게 동산을 압류하는 것보다는 분납계획서를 작성토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다만 액수가 커 은닉 자금이 있는지…”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국내 최초 체납세금 징수 전문 조직인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가택수색과 동산압류로 악덕체납자를 압박해 세금을 거둔다. 조사관들은 현장을 수색해 압류할 물건을 찾고 압류 봉인표를 붙인다. 38세금징수과 조사관이 물건들을 압류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서울시]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케이블 TV 드라마 ‘38사기동대’(마동석·서인국 주연)의 실제 모델이다. 서울시가 2001년 전국 최초로 조직한 체납징수전문 ‘38세금기동팀’이 2012년 1과 5팀 체제로 확대 개편됐다. ‘38’은 시민 공모로 정한 이름이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38세금징수과 조사관들이 하는 일은 탐정에 가깝다. 세금 징수를 위해 체납자의 사업 현황을 조사하고 주민등록과 다른 실거주지를 찾아 나선다.

악덕 체납자를 상대로 가택수색과 동산압류를 하는 건 기본이다. 법무부에 요청해 출국금지도 시킨다. 이를 드라마화한 ‘38사기동대’는 서원시 세금징수국 세금징수3과장인 백성일(마동석)이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와 손잡고 세금 징수를 벌이는 코믹 범죄극이다. 작가가 3개월간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머물며 사전취재를 했다고 한다.

그럼 서울시 38세금징수과와 ‘38사기동대’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우선 드라마 포스터에 적혀 있는 ‘끝까지 사기 쳐서 반드시 징수한다는 당연히 극적 재미를 위한 허구 요소다. 실제 38세금징수과의 과훈인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를 패러디했다. 조조익 38세금징수과장은 “드라마는 재미와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허구적 요소가 적잖이 들어가지만 현장 가택수색 장면은 실제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가택수색에 나서 봉변을 당하는 모습과 관련해 이춘종 1팀장은 “밀가루 세례뿐 아니라 실제로 폭행을 하거나 가스 밸브 앞에서 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하며 조사관들을 위협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숨바꼭질’로 애를 먹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진욱 조사관(1팀)은 “우리가 기습 방문하자 한겨울 베란다에 나가 숨어버린 체납자도 있었고 화장실·세탁기·신발장에 숨는 체납자도 있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드라마 속 악덕 체납자인 마진석(오대환)은 고가의 아파트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몰지만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 그가 체납한 금액은 지방세 5억2000만원과 국세 52억2000만원. 그는 유력 재벌을 배후에 두고 징수국 공무원들에게 압박을 가한다. 가택수색을 하러 온 백성일 과장에게는 “밖에 해 떨어졌으니 이만 나가라”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다. 그러나 사기꾼 양정도의 활약으로 마진석은 57억4000만원을 고스란히 납부하게 된다.

실제로 고액 체납자들은 재산을 모두 가족이나 제3자 명의로 해놓은 채 호화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징수팀이 찾은 4명의 체납자들도 모두 가족이나 제3자에게 재산 명의를 이전한 채 다른 지역으로 위장 전입한 상태였다.

이들 고액 체납자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징수 방법인 가택수색 착수는 해가 떠 있는 동안만 가능하다. 지방세기본법 제91조 3항 때문이다. “수색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만 할 수 있다. 다만 해가 지기 전에 시작한 수색은 해가 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상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만 방문하면 해가 떨어져도 계속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 속 세금징수국은 국세체납까지 담당하는 반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서울시 지방세 체납에 대해서만 징수한다. 국세체납 담당은 국세청 산하의 ‘무한추적팀’과 각급 세무서가 한다.

38세금징수과 공무원들에게 가장 공감 못하는 드라마 속 장면을 묻자 “무리한 가택수색을 묘사한 부분들”이라고 답했다. 극중 달동네 주민의 집에 들어가 압류를 한다든지 심증만으로 담을 넘어 진입하는 장면에 대해 이 팀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도 사람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38세금징수과는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 중 고의로 미납하는 악덕 체납자에 한해 가택수색을 실시한다. 집 안에 사람이 없으면 수색을 하지 않는다.
 


▶관련 기사
① 1억6000만원 안 내고 버티기 20년, 50억 건물 공매에 '백기'
② 아궁이에 6억 숨기고, 고급 와인 1200병 쌓아둔 체납왕들


38세금징수과는 사기나 무리한 가택수색이 아니라 징수 대책 강화 등으로 지능화되는 체납 행태에 대응하고 있다. 조조익 과장은 “올해부터 체납자에 대한 해외 출국금지 요청을 연 2회에서 연 4회로 늘렸고 고액 체납자 명단공개 기준도 3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 재산은닉 신고 포상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드라마를 계기로 납세 의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난 것 같아 우리로선 감사하다”며 “과훈처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S BOX] 서울시 누적 체납액 1조3025억…작년 동산 압류액 10억뿐    

여기 있었네! 견인차 부를게요.” 지난달 27일 강병선 조사관(1팀)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주차장에서 체납자의 렉서스 차량을 발견하고 ‘압류 봉인표’를 붙였다. 견인된 차량은 공매대행업체 차고지로 옮겨졌다. 이 차량은 공매되고 판매대금 중 체납액에 해당하는 만큼은 지방세로 압류된다.

지난해 38세금징수과의 동산 압류 처분은 83건이었다. 이를 통해 약 10억원이 징수됐다. 조조익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누적 체납액 1조3025억원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압류품 중에는 귀금속이 가장 많다. 다이아몬드, 금반지, 진주 목걸이 등 다양하다. 고서화도 종종 발견된다. 가져가기 힘든 냉장고·가구 등은 압류 뒤 현장 보관하는데 이는 체납자에게 시각적인 압박을 주는 효과도 있다.

2014년에 동산 압류 ‘잭팟’이 터진 적이 있다. 열쇠수리공을 불러 2억8000만원을 체납한 박모(56)씨의 집 금고를 열었는데 현금 1억5000만원, 금괴, 주식증서 등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체납 세금을 한번에 모두 거뒀다. 2013년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의 집에서는 1억원 상당의 시계를 압류하기도 했다.

38세금징수과가 압류한 물품들은 시민 누구나 구매 가능하다. 부동산과 동산은 온비드(www.onbid.co.kr) , 차량은 오토마트 홈페이지(www.automart.co.kr)를 통해 살 수 있다.

유성운·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명품시계 20개 숨긴 수억 체납자 “재벌 놔두고 피라미한테…”-2013.11.11.경향外  http://blog.daum.net/chang4624/6682







img

고액 세금 체납자의 천태만상 리얼하게 그려  2016-07-13 03:00

... ’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예고편 자막이다. 이 드라마는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과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가 합심해 고액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낸다는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한정훈 작가는 체납자들의 천태만상을 리...

동아일보 > 문화 | 이서현 기자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악덕 체납자에게 맞서는 세금 징수 공무원의 분투를 그린 OCN ‘38사기동대’. 세금 징수 공무원들은 “실제로는 드라마보다 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OCN 제공




'38세금징수과'의 울분… 팀장 월급 우리더러 내라네요
서울시에는 고액 장기 체납자를 상대하는 38세금징수과(이하 징수과)가 있다. 숫자 '38'은 ...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과 직원 전체가 체납 세금징수하는 ...
조선일보 > 사회 2017. 11. 14 (화)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한 직원이 고액 체납자의 자택에 보관된 고가의 물품에‘압류’딱지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