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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대학생들 특별한 軍 극기훈련 체험기 - 2016.7.9.동아 外

하늘나라 -2- 2016. 7. 9. 17:47




[토요기획]  탈북 대학생들 특별한 軍 극기훈련 체험기


“해병대 훈련도 맵네요… 北은 굶기면서 내모니까 더 죽을 맛”



해병대 병영 체험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이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연병장에서 PT체조를 하고 있다. 김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팔각모 얼룩무늬 귀신 잡는 사나이 

불타는 적진 향해 우리는 간다 

내 겨레 이 평등 함께 지키며 

적진을 뚫고 간다 우리는 해병….
 

지난달 말, 땡볕이 쏟아지는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 병영에 우렁찬 해병대 군가가 울려 퍼졌다. 병영에서 군가를 부르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날 해병대 군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남달랐다. 바로 북한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탈북 대학생들이었다. 이곳에서 산을 하나 넘고 강을 하나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이다.
탈북 대학생들이 단체로 군 병영을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김포 해병대 2사단과 공동으로 2박 3일간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해병대 극기훈련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 것이다. 올해 참가자 35명 중 14명이 탈북민이었다. 14명 중 9명이 여성이었고, 9명 중 3명은 중년의 주부였다.

탈북민들이 해병대를 찾은 사연은 다양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됐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제가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요. 정신력을 다시 가다듬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에 다니는 한영실(가명·22) 씨의 참가 동기는 나태함에서의 탈출이었다. 

부산가톨릭대에 다니는 38세 탈북여성 조민옥(가명) 씨는 아들 사랑의 사연을 담았다. 

“저는 한국에 와서 여기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아들이 둘입니다. 지금 큰애가 중1인데 꼭 직업군인으로 키우고 싶어요. 둘째는 여섯 살이라 아직 어리지만 둘째에게도 직업군인이 되라고 할 겁니다. 마침 저 같은 아줌마 대학생도 해병대를 체험하게 해준다고 해서 왔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기 전에 제가 먼저 체험해 봐야겠어요.”

캠프에서 가장 열의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바로 탈북 주부 대학생들이었다. 

평안북도의 한 탄광마을에서 살았는데, 북한에선 20∼30kg 배낭을 메고 달리는 차에 매달렸어요. 이 정도야….” 최고령인 영동대 안선영(가명·41) 씨는 해병대 훈련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 탈북하다가 북송돼 감옥에 두 번이나 갔었어요. 아무리 해병대라고 해도 북한 교화소보다 더할까요.”(조민옥 씨)

탈북 대학생들이 진흙탕을 기어가는 훈련을 받으며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운동장에서 진땀을 흠뻑 흘리며 해병대 PT체조를 했다. 해병대 캠프 입소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이들에게 진짜 고비는 둘째 날이었다. 아침 일찍 래펠 훈련과정을 끝낸 이들은 곧바로 산에 올라 유격훈련을 시작했다. 절벽 사이에 걸린 외줄, 두 줄, 세 줄 밧줄을 잡고 차례로 건너가야 했다. 점심을 먹은 뒤엔 군용차에 탑승해 해병대 체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고무보트훈련(IBS)에 나섰다. 6명씩 조를 나누어 120kg짜리 고무보트를 수십 차례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다시 갯벌을 포복으로 한참을 기어 다닌 끝에야 간신히 보트를 탈 수 있었다. 해병대 체험을 하는 누구라도 겪는 과정이다.

하루 종일 해병대 남녀 교관들의 불호령 속에 온 힘을 다 쏟아낸 탈북 대학생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병영에 돌아왔다. 어둠이 깔리자 캠프파이어 시간이 다가왔다. 

이깟 해병대쯤이야 하던 탈북 대학생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했을까.

저는 차라리 50kg을 메고 가라면 더 쉽겠어요. 갯벌을 기려고 하니 뻘이 나를 그러안고 놓지 않아요. 뻘이 제일 무서웠어요.”(조민옥 씨)

저도 북에서 비 오는 날 전기 철조망 밑을 쌀 배낭 메고 기어 건넌 적이 있어요. 이거 못 가면 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이러면 할 수 있겠는데 지금은 안 되네요.”(안선영 씨) 

제가 북에서 이래 봬도 100kg 마대를 메고 날랐던 여자예요. 못 믿겠다고요. 정말이에요. 요령을 알면 해요. 그런데 해병대 PT체조는 정말 힘들어요. 이것만 없다면 또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영실 씨)

이날 교육을 지켜봤던 해병대 2사단 8연대장 이재욱 대령은 “남쪽 학생들보다 탈북 대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임했고, 훈련을 받을수록 참가자들의 표정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 탈북 대학생이 외줄을 타고 건너는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캠프파이어 시간에 조재현 유격교육대 교관이 “오늘 하루 종일 엄마를 그렇게 찾은 교육생”이라고 호출하자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으며 명지전문대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강나라 씨(19)를 지목했다. 북한에서 예술전문학교를 다니며 성악을 전공하던 그는 2년 전 엄마를 찾아 북한을 떠나 한 달도 안 돼 한국에 왔다.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를 통해 방송 출연도 했다. 그의 어머니 역시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정통 무용수이고 한국에 와서 탈북 무용단을 만들었다. 

탈북 대학생 강나라 씨가 셋째 날 해병대 기초훈련과정 수료증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강 씨는 “작년에 대안학교에 있을 때 특전사 체험 캠프도 갔었는데, 그땐 한 코스도 제대로 못했지만 올해는 래펠과 유격훈련을 제대로 받았다”며 “죽도록 힘들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두가 힘들어했던 것은 아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이청송(가명·27) 씨는 모든 훈련 과정을 유난히 어렵지 않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심지어 이 대령으로부터 “PT체조 자세를 보면 프로급”이라는 칭찬까지 받았다. 알고 보니 그는 북한군 포병부대에서 통신병으로 2년 반을 복무하고 탈북한 청년이었다. 

북한군 출신에게 한국 해병대 훈련은 어떻게 느껴졌을까. 저녁 식사 시간에 물었더니 그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 군대는 아무리 어려운 훈련을 해도 일단 밥은 먹여주지 않습니까. 북한군은 먹여 주지도 않고 내모니까 죽을 맛인 겁니다.” 

이 씨는 한국에 온 뒤 직업군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나이 때문에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27세가 넘은 나이로는 직업군인으로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나마 군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번 캠프에서 탈북 대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한국 대학생들은 20세 전후로 대개 대학 군사 관련 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한국관광대 군사과 2학년인 백현정 씨는 “처음에 올 때 북한 사람들과 어떻게 친해질지 걱정했는데 와서 군복을 입고 보니 누가 북한 사람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며 “그래도 힘든 훈련을 같이 하며 여러 북한 친구를 사귀어 좋았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은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남북 대학생들이 극한 상황 체험과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고 소통, 화합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밝혔다. 둘째 날 격려차 현장을 찾은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군 체험은 국가 안보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이런 훈련을 마치면 국가 안보관이 관념에서 현실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탈북 청년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20세가 넘어 입국한 남성은 탈북자라는 게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꺼려 군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통일부에 따르면 3월 현재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민은 2만9137명이고 20세 미만 남성 탈북자는 2155명이다. 이 중 올해 2월에야 공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탈북자 1호 군 복무자가 나왔다. 

탈북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과거엔 군인으로 전투에 나섰을 때 가족과 친구가 있는 북한군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보안 문제 등으로 탈북민의 입대가 차단됐다. 하지만 2010년 1월에 개정된 병역법 64조 1항 2호는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이주하여 온 사람은 원할 경우 병역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탈북민도 입대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입대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탈북 청년들이 군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쪽에서 태어나도 적응하기 힘든데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살다 온 탈북민이 편견 없이 군대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올해 전역한 1호 군 복무 탈북민은 부대 직속 상관만 유일하게 그가 탈북민인 것을 알고 있었다. 10세부터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 동료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정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탈북 청년들도 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탈북 청년들은 입국 직후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을 때 병역 면제 신청서를 받고 별다른 생각 없이 사인을 하는데, 이후엔 이를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량 탈북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탈북민들은 이미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직종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넘기 힘든 벽도 있다. 경찰이 된 탈북민은 한 명도 없다. 정규 대학을 나와 정식 교사가 된 탈북자는 올해 처음 나왔다. 학부모들이 탈북민에겐 자녀를 맡기려 하지 않아 그는 극도로 신분 노출을 꺼린다. 군도 여전히 탈북민이 넘기 어려운 높은 장벽의 하나로 보인다. 

김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수업용) (남북통합) 남북 청년 최전방을 가다_ 탈북대학생들 남한 대학생들과 강원도 양구 평화캠프

게시일: 2016. 4. 25.

EBS에서 2013년 방송한 영상을 도덕 수업용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박요셉(가명·26)  탈북 대학생 '방일영장학생' - 2010.12.18.조선  http://blog.daum.net/chang4624/2958